산업 산업일반

산업단지 우울한 추석

박찬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8 06:49

수정 2014.11.07 12:32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맞는 전국 산업단지공단 근로자들의 표정이 우울하다.

장기 불황에다 미국 테러사태까지 겹치면서 최악의 경기침체로 추석상여금과 명절선물이 대폭 줄고 추석 성과급은 기업체의 경영난이 심화되면서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기 때문이다.

28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25개 국가산업단지의 1만3000여 업체 중 추석 상여금·명절선물을 지급하는 업체는 60%를 밑돌고 있다. 또 장기불황으로 제품주문이 줄면서 법정연휴인 4일보다 긴 5∼7일간 공장 문을 닫는 업체도 17%를 넘고 있다. 이처럼 분위기가 침체되면서 고향방문을 포기한 근로자도 전체의 30%를 넘는 것으로 집계돼 올해는 그 어느해보다 우울한 추석을 맞고 있다.

연휴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700여 업체가 입주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 이곳은 올 초 설 명절때만 해도 근로자들 대다수가 들뜬 마음으로 귀향준비에 분주했으나 상황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상여금이 줄고 성과급마저 없어지자 고향으로 향하는 마음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입주업체 중 금속업체인 대성바인텍의 근로자 김모씨(37·경북 영천군)는 “지난해만 해도 상여금 100%를 받았으나 올해는 교통비 명목으로 20만원만 받았다”며 “명절을 맞아 지출비용은 많은데 주머니가 가벼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인천 남동산업단지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남동 1단지와 2단지내 주요도로는 지난해만 해도 선물세트를 나눠주는 차량으로 북적거렸지만 올해는 일부 차량만 눈에 띌 뿐 한산한 모습이었다. 기계업체인 신흥머신 근로자 임모씨(43·충남 천안)는 “상여금은 전혀 없고 선물세트 1개를 받았을 뿐”이라며 “그동안 경기침체에 대해 실감하지 못했는데 명절상여금을 받지못하고 나서야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푸념을 터트렸다.

그러나 전반적인 산업단지의 침체된 분위기속에서도 일부 업체의 경우는 불황 속 호황을 누리며 연휴 중에도 부분조업을 계획하고 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 이들 업체는 상여금은 물론 명절선물까지 지급하고 있어 근로자들의 귀향분위기가 밝았다.

경기 시화산업단지의 피혁업체인 상일피혁은 지난달 캐나다로부터 피혁가공품 300만달러어치를 수주하면서 4일 연휴 중 2일은 조업을 한다.
또 구미산업단지내 통신장비 업체인 케이텍코리아도 이달 초 호주업체와 5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연휴 중 3일은 근무를 할 예정이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이처럼 추석연휴 중 조업을 하는 업체가 165개 업체에 달한다고 밝혔다.


김용주 산업단지공단 경인본부 정보조사팀장은 “올해 대다수 입주업체의 경우 상여금을 줄이면서 근로자들의 귀향표정이 밝지않다”며 “그러나 경기침체에도 호황을 누리는 업체들도 있어 근로자들간 희비가 교차되고 있다”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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