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산업생산 석달째 감소]멈추지않는 경기하강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8 06:49

수정 2014.11.07 12:32


8월 산업활동 동향은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산업생산의 감소폭 둔화와 도소매 판매의 증가폭 확대 등 일부 지표의 개선을 이유로 경기침체 속도가 더뎌져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이들 지표는 미국 테러사태에 따른 수출영향이 반영돼 있지 않은 만큼 향후 경기전망이 그렇게 밝은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경기침체 지속=현재의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경기가 계속 하강중임을 나타낸다.구성지표인 산업생산과 출하,투자 등이 계속 하락세다.8월 산업생산은 전달(-5.7%)보다 다소 개선됐으나 4.7% 줄어 6월 이후 3개월째 감소했다.
수출부진으로 반도체생산이 11.6%, 자동차가 1.4%가 감소했고 컴퓨터가 무려 40.8% 준 것이 원인이다.

출하 역시 수출부진의 영향을 많이 받아 전달과 같은 5.8% 감소를 기록했다.수출용 출하는 무려 14.6% 감소, 89년 11월 이후 11년9개월만에 최대치를 나타냈다. 다행인 점은 내수용 출하가 음향 통신기기 등의 호조로 1.9% 늘어난 것이다.소비가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소비지표인 도소매판매는 자동차와 차량용연료 판매 증가에 힘입어 전달보다 다소 높은 3.5% 상승을 기록했다. 특히 내수용 소비재 출하는 휴대폰 증가 등으로 10.4% 상승, 내수 활성화를 통한 경기회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3.4%로 전달보다 2.4%포인트 올라갔고 재고율도 85.4%로 3.9%포인트나 떨어졌다.

◇10개월째 내리막길 설비투자=투자는 19% 감소, 지난 98년 11월 이후 33개월만의 최대폭을 기록,투자마인드가 완전히 얼어붙어 있음을 입증했다. 설비투자가 부진한 것은 기업들이 불확실한 수출 및 경기전망 때문에 확장을 위한 투자를 꺼리면서 부분적인 보완투자나 자동화 투자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10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설비투자 감소에 대해서는 ‘성장잠재력의 훼손’이라는 측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동천 연세대 교수는 “어차피 대부분의 주력업종에서 과잉설비가 남이있기 때문에 설비투자가 획기적으로 늘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오히려 경제시스템의 효율화와 경상수지 방어를 위해 서비스, 관광,문화산업 쪽에서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경부 고위 관계자는 ‘성장잠재력의 훼손’이라는 지적에 대해 “투자지표가 마이너스라고 해도 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국내총생산(GDP)의 20% 가량은 설비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 언제 얼마나 회복하나=향후 경기를 나타내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7월 -0.4%에서 8월에는 0.3%로 반전했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통계청은 이를 경기가 저점에 도달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선행종합지수 전년동월비 전월차가 0.7%포인트 증가, 5월 이후 4개월째 상승을 기록했다. 이게 6개월 정도 증가할 경우 경기는 10∼12개월 뒤 회복국면에 접어드는 만큼 2개월 더 기다려보면 확실한 회복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재경부는 이번 통계에는 미국의 테러사태와 보복전쟁에 따른 세계경기의 불확실성이 반영되지 않아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재경부는 이날 국회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미 테러사태로 수출과 투자 부진이 당분간 지속되고 경기회복 시기가 지연되고 성장률도 ‘저조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재경부는 전망했다.진념 부총리는 2%대로 못을 박았다.IMF가 2.5%로 1%포인트 하향조정한 것을 비롯,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한국은행 2%대,LG경제연구원 2.4%,한국경제연구원 2% 내외 등 대부분의 민관 연구기관들도 저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뭘해야 하나=재경부 관계자는 “일단은 5조555억원 규모의 1차 추경을 연내에 조기집행하고 추가 국채발행없이 이자불용액 활용 등 예산의 효율적 활용 등을 통해 적극적 경기진작에 나설 계획”이라면서 “상황이 더 악화될 경우 적자국채 발행을 통한 2차 추경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정한영 경제동향팀장은“테러위협이 없어질 때까지 소비와 투자심리 위축이 지속돼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수 있다”면서“규제완화를 통해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구조 개혁을 통해 경기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송태정 책임연구원은 “설비투자가 19% 감소하는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게 우려되는 점”이라면서 “현재로서는 정부가 쓸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는 만큼 기업규제를 대폭 풀어서 투자마인드를 살려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john@fnnews.com 박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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