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국감 2001-결산]說 說 說 난무…정쟁 최고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8 06:49

수정 2014.11.07 12:32


올 국정감사가 29일 예정된 외교통상위를 제외하고는 28일로 사실상 막을 내렸다. 특히 올해는 국세청의 언론사 세무조사, 경기침체 장기화, 공적자금 운용, 하이닉스 반도체 등 부실기업 처리 및 기업 구조조정, 금강산 관광사업 등 굵직한 현안들이 산적해 어느 때보다 국민적 기대와 관심이 모아졌다. 여야도 당초 무차별 정치공세보다는 지난 한해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겠다며 ‘정책 감사’를 다짐했다.

그러나 국감 시작과 함께 터진 미국 테러 참사 여파로 국감장의 열기가 식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용호 게이트’가 정국을 강타하면서 국감장은 여야의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됐고 정책감사는 물건너가 버렸다. 당연히 국감 본연의 기능인 행정부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은 뒷전으로 밀렸고 여야는 사생결단식 정쟁으로 20여일을 허송했다.

◇폭로장으로 변질된 국감장=올 국감은 한마디로 ‘폭로 국감’이라 할 만하다.
국감도중 불거진 ‘이용호 게이트’는 야당엔 더 없는 ‘호재’로 작용했으며 이를 대여 공세의 소재로 활용하려는 한나라당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졌다. 국감을 통해 일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도 있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시중의 ‘설’과 ‘소문’을 여과없이 폭로하면서 여권 실세들을 배후로 지목, 면책특권을 악용했다는 여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KKJ 배후설’ ‘여운환 게이트’ ‘김형윤 게이트’ 등이나 정작 구체적인 물증 제시가 없어 국회차원에서는 진상규명보다는 의혹제기에 그쳤다.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를 권력형 비리의혹 사건으로 규정, 재경 정무 법사 행자 등 관련 상임위를 총동원해 대여공세에 치중했으며 이에 따라 정작 중요한 국정 현안을 제대로 거르지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건교위에서의 안정남 건교장관에 대한 공세와 폭로는 국세청장 시설 언론사 세무조사를 진두지휘했던 안장관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으나 안장관의 부동산 투기 의혹은 국민들에게 씁쓸한 뒷맛을 안겼다.

민주당도 국감장에서 제기된 한나라당의 폭로와 정치공세에 대한 대응에 치중하면서 다른 현안에 대한 정책감사는 제쳐뒀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한나라당의 수산시장 인수 압력과 북풍사건으로 맞불을 놓았다. 여야의 사생결단식 대결은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정치 불신을 가중시켰다. 결국 이번 국감에서 핵심쟁점으로 예상됐던 언론사 세무조사, 인천공항 특혜의혹, 공적자금, 경기침체 대책 등 주요 쟁점은 제대로 검증되지 못해 국회의 ‘직무유기’라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됐다.

◇2야공조와 구태재연= DJP공조 붕괴 이후 처음 치러진 이번 국감의 특징중 하나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공조, 이른바 ‘한·자 공조’로 볼 수 있다. 재경위와 문광위 등 주요상임위의 증인채택과 과기정위의 ‘감청대장’ 공개 과정 등에서 수적 우위를 차지한 2야는 표결을 강행했고 ‘소여’인 민주당은 속수무책으로 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구태도 재연됐다. 의원들의 잦은 이석과 형식적 질의·응답, 중복 질의도 여전했다. 형식적인 자료제출 요구로 일선 공무원들의 정상업무가 마비되는 문제점도 한계에 달해 하위직 공무원들이 성명을 발표하거나 지자체 공무원들이 국감을 거부하겠다는 선언을 하기도 했다. 국감 도중 피감기관 고위 간부들과 술자리를 가져 물의를 빚은 야당의원도 있었으며 모 의원은 피감기관이 작성해준 질의서를 갖고 질의해 눈총을 샀다. 또 노량진 수산시장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이권개입 의혹과 의원들이 자신과 지역구의 이익을 위해 피감기관을 압박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야의 자체평가= 여야의 평가는 엇갈렸다. 민주당 한광옥 대표는 28일 당4역회의에서 “우리당은 정책감사가 이뤄지도록 많은 노력을 했는데도 야당의 무책임한 폭로전으로 이같은 노력이 무색하게 된데 대해 자괴감을 느낀다”며 “정치인이 생명으로 하고 있는 명예를 짓밟아버리는 무분별한 정치가 계속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전용학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야당이 부당하고 부정확한 각종 의혹을 제기함으로써 양식있는 국민들에게 불안과 불만을 안겨줬다”면서 이번 국감을 ‘4불(不)’ 국감으로 규정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각종 권력형 비리, 언론탄압, 대북정책 실패 등 당초목표를 달성한 것은 물론 이용호 게이트 등 현 여권 실세들의 새로운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성과를 보였다고 자평했다.
특히 이용호 게이트와 안정남 건교장관의 부동산투기 의혹 등을 새로 규명해 정권 실세들의 부패상과 도덕적 타락상을 공개하는데 성공했다고 보고 있다. 이재오 총무는“국감일정이 당겨져 준비기간이 미흡했지만 여권 실세들의 권력형 비리를 파헤치는 등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면서 “앞으로 대정부질문과 국정조사를 통해 이를 철저히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련은 한나라당과의 공조를 통해 ‘캐스팅 보트’ 역할을 극대화했고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적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당 정체성도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 pch@fnnews.com 박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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