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용카드

카드시장 4분기 대격변 예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29 06:49

수정 2014.11.07 12:31


200조원대의 신용카드시장을 놓고 대기업과 외국계기업 및 은행들이 잇따라 카드업계에 신규 진출했거나 진출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카드사간 과열경쟁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의 시장진입 허용과 이에따른 카드사간 과열경쟁, 국제 경제환경 악화 등 제반 현상들이 한때 30여개까지 늘었다가 ‘멸종위기’로까지 치달았던 종금업계를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재벌·외국계·은행계 등 잇따른 신규진입=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현대캐피탈과 씨티그룹의 카드시장 진출은 하반기 이 시장의 가장 큰 화두다. 60만명의 드림론 패스 회원에 현대백화점과 현대홈쇼핑, 다이너스카드 고객 등 400만명이 넘는 잠재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룹의 진입만으로도 카드시장의 판도변화를 예측하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선진금융기법의 첨병으로 불리는 씨티은행의 외환카드 경영권 인수(10월중 계약체결)는 국내 카드시장의 ‘품격’을 바꿔놓을 변수로 여겨진다.

은행계 카드사들의 진입도 무시할 수 없다. 윤병철 우리금융그룹 회장은 최근 올 4·4분기에 독자 신용카드사를 설립하겠다고 공식 선언했고 조흥은행도 이미 비씨카드에서 나와 독자적인 카드사를 세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민·주택은행의 신용카드 부문 통합도 관심거리다.
카드업계 3위를 달리고 있는 국민카드와 주택은행 카드사업부가 통합될 경우 1000만명을 웃도는 회원과 1000개 가량의 영업점 확보 등 만만치 않은 ‘파괴력’을 뽐낼 것으로 예상된다.

◇종금사 재판 우려=일부에서는 카드시장이 흡사 외환위기 이전 기업들의 자금수요 폭증으로 최고의 사업으로 각광받았던 종금업계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당시 30여개가 넘던 종금사들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4개사만 남는 ‘비운’을 겪어야만 했다. 무분별하게 인허가를 내줬던 정부의 신중치 못한 행동과 외환위기, 종금사들의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종금업을 ‘멸망’ 직전까지 몰아갔다는 분석이다.

카드사의 한 임원은 “금융당국의 신용카드 시장 진입 허용과 미국경제 등 갈수록 악화돼 가는 세계 경제침체, 기존 카드사들의 과열경쟁 등이 마치 과거 종금업계의 흥망을 연상시킨다”며 “세계 불황의 조짐이 커져가고 있는 요즘 분위기에서는 자칫 카드업계도 종금업계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미 과당경쟁을 놓고 은행계 카드사와 전문계 카드사간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경명현 비씨카드 부사장은 “전문계 카드사들의 무차별적인 가맹점 모집을 놓고 은행계 카드사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카드시장이 점점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시점에서 거대 기업들의 신규진입은 카드업체들의 경영상황을 어렵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 안서는 금융당국=갈수록 치열해지는 카드사간 과열경쟁에 비해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금융당국의 조치는 점점 더 힘을 잃어가는 인상이다. 금융당국이 강하게 밀어붙였던 ‘카드사 길거리 모집 규제’는 규제개혁위원회로부터 ‘퇴짜’를 맞은 지 오래다.
일부에서는 전문계 카드사들의 로비가 규개위를 움직였다는 얘기도 나돈다.

/ dhlim@fnnews.com 임대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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