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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노출 안돼!” 한-미 신경전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1.11 07:18

수정 2014.11.07 12:59


【샌디에이고=최현길기자】“전부 다 보여줄 수 없지.”

오는 19일 미국 패서디나 및 마이애미에서 동시에 킥오프되는 북중미 골드컵 조별예선에서 격돌하는 월드컵 본선 D조의 한국과 미국이 비공개 훈련을 실시하는 등 전력노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표팀 언론담당관인 마이클 케어먼은 11일 전화통화에서 “아레나 감독(51)이 외부에 훈련장면을 공개하지 말도록 강력한 지시를 내렸다. 한국 언론들이 찾아와도 절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 5일부터 클레어몬트 대학구장에서 훈련중이다. 또한 그는 “감독은 다른 장소(호텔)에서 한국 기자와 인터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대표팀이 이처럼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지난해 12월9일 서귀포전(한국의 1-0 승리)의 복수혈전을 노리고 있기 때문. ‘관리축구의 귀재’로 평가받고 있는 아레나 감독은 지난해 한국에 패한 뒤 “골드컵에서 반드시 복수하겠다”며 설욕을 다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약점분석은 물론 새로운 전술을 위한 복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신예들의 테스트를 통해 스피드의 한국을 잡기 위한 ‘히든 카드’를 고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니 스튜어트(네덜란드 NAC 브레다), 조 맥스 무어(잉글랜드 에버튼), 케이시 켈러(잉글랜드 토튼햄) 등 주요 유럽파들이 빠진 가운데 지난해 12월 내한한 미국프로리그(MLS)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미국 대표팀은 수비보강에 상당한 신경을 쓰고 있다. 한국전 당시 포백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데다 미드필드와의 유기적인 조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 패인이었기 때문이다. 스트라이커인 랜던 도노번(새너제이)과 브라이언 맥브라이드(콜럼버스)도 제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는데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서 한국이 반드시 경계해야 할 인물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미국 언론에 거리낌없이 훈련장을 공개하고 있다. 히크만 필드에서 훈련중인 한국대표팀의 훈련장에는 아무런 언론 제재가 없다.

그러나 히딩크 감독의 태도는 많이 달라졌다.
올초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히딩크 감독은 “현대축구에서 숨길 것이 무엇인가”라며 대담한 모습을 보였지만 11일 이곳 현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미국전에 100% 전력을 가동시킬 것인가 하는 물음에 “그것은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묘한 웃음을 흘렸다.

시원시원하게 모든 것을 펼쳐 보이겠다는 당초 의도와 달리 한발 물러선 모습. 정보전에서 손해를 볼 수 없다는 심산이다.


비장의 카드를 손에 꼭 쥔 양 감독. 과연 마지막 승자는 누가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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