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형성장 위주의 경영을 하다가 IMF 위기를 겪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고 있다.매출액을 증가시켜 규모를 늘리는 것보다는 수익과 현금흐름을 중시하는 내실경영으로 선회하고 있는 것이다.
내실경영을 다지기 위해서는 기업의 규모확대보다는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경영을 해야 한다.즉 기업가치의 극대화가 기업경영의 목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기업가치 극대화 경영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투자수익이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만이 아니라 자기자본에 대한 기회비용을 충당하고도 남는 이익을 내야 한다.이를 효율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가 바로 경제적 부가가치(EVA·Economic Value Added)다.
■기업가치의 극대화
내실경영의 목표인 기업가치의 극대화는 주식시장가치의 극대화 또는 주주들의 부(富)의 극대화와 같은 개념이다.왜냐하면 주식은 해당기업에 대한 소유권을 의미하며 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자산의 순가치는 궁극적으로 주주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의 효율성을 전제로 할 때 기업에 관한 모든 정보는 투자자들에게 신속하게 전달되어 주가에 반영된다.따라서 시장에서 특정기업의 주가는 곧 기업의 진실한 가치와 같아진다.이렇게 볼 때 기업가치의 극대화라는 경영목표는 주가의 극대화 또는 주주들의 부(富)의 극대화와 같은 개념이 되며 보다 분명하게 기업의 의사결정 기준을 마련할 수 있게 해준다.
■경제적부가가치의 개념
기업가치의 극대화라는 경영목표에 부합하는 경영지표로서 최근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 EVA다.EVA는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경영기법으로, 모든 경영활동의 목표를 현금흐름의 유입을 기준으로 기존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행하고 신규사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하며 기존의 업무흐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리엔지니어링하는 방법을 말한다.
EVA를 회계학적으로 설명하면 기업활동의 결과로 얻어진 영업이익에서 세금을 공제한 후 자본비용을 차감한 잔액이 된다.여기서 자본비용이란 채권자나 주주들이 제공한 투하자본에 대한 비용을 말한다.실제적으로 자본비용을 계산할 때는 외부차입에 의한 타인자본비용과 주주 등의 이해관계자가 제공한 자가자본비용의 가중평균값을 사용한다.
현금흐름의 현재가치에 의한 투자수익이 자본비용을 초과하면, 즉 EVA가 플러스값을 가지면 내실경영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그러나 EVA가 마이너스 값을 가지게 되면 내실경영을 한 것이 못된다고 평가하게 된다.
EVA가 기업가치의 극대화를 평가할 수 있는 좋은 경영지표이면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자본비용의 계산이 어렵다는 점이다.즉 자본비용은 자기자본비용과 타인자본비용의 가중평균값인데 타인자본비용은 기업의 차입금융비용을 근거로 쉽게 산출되지만 자기자본비용은 기회비용이기 때문에 실제로 소요되는 비용이 아니어서 재무제표상에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부가가치의 계산과 측정방법
EVA의 계산은 아래와 같이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투자수익률에 투하자산을 곱하여 계산한다.
EVA=세후 영업이익―자본비용
=(투자수익률―자본의 기회비용)투하자산
예를 들어 어떤 투자대상에 200억원을 투자했는데 투자수익률이 13%이고 자본에 대한 기회비용이 10%라면 초과수익률 3%에 투자액 200억원을 곱해서 얻은 6억원이 EVA가 된다.
EVA를 계산하는 경우 투자수익으로서의 현금흐름을 어떻게 계산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다.회사의 결산재무제표가 현금흐름을 기준으로 하여 작성되었다면 문제될 것이 없으나 기업회계기준에서는 현금주의가 아닌 수익은 실현주의, 비용은 발생주의를 기준으로 작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투자수익의 대상이 되는 현금흐름을 계산하는 방법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
1) 영업이익 기준법=미국에서 EVA를 계산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방법으로 영업이익에서 법인세와 가중평균자본비용을 차감하여 계산하는 방법이다.그러나 미국과 같이 영업이익이 모두 현금으로 유입된다고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적용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매출이 현금판매방식이 아닌 어음결제방식일 경우에는 많은 문제가 따른다.
2) 경상이익 기준법=영업이익에는 부채에 대한 금융비용이 차감되지 아니한 상태이기 때문에 영업이익 기준법에서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을 차감하여 EVA를 계산했다.그러나 일반적으로 타인자본에 대한 금융비용은 손익계산서의 영업외비용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차감한 경상이익에서 법인세와 자기자본에 대한 기회비용을 차감하여 현금흐름을 계산하는 방법을 말하며 이를 경제적 이익법(Economic Profit)이라고 한다.
3) 현금흐름 기준법=주요재무제표 중 하나인 현금흐름표상의 영업활동에서 조달된 현금흐름에 감가상각비와 자기자본비용을 차감하여 계산하는 방법으로 우리나라에서 적용하기에 가장 알맞은 방법이다.감가상각비를 차감하는 이유는 경영에서는 감가상각비를 고정자산의 가치가 소모된 부분을 비용으로 처리한다는 개념이지만 경제에서는 고정자산에 투자한 자금을 회수한다는 개념에 따르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의 EVA를 계산해보면 거의 모든 제조업이 마이너스 값을 가졌었다.이는 한마디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속빈 강정과 같이 알맹이 없는 경영을 해왔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그 결과 우리나라의 많은 기업이 도산하는 등 국가적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주들의 투자자금인 자기자본은 결코 공짜 돈이 아니다.어떤 의미에서는 은행의 차입금보다 더 많은 기대수익을 노리는 자본이 주주들의 투자자금이다.따라서 내실경영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자본비용을 초과하는 투자수익을 내야 한다.EVA가 플러스의 값을 갖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이를 위해서는 현재의 기업가치를 분석하여 사업가치 중심의 경영혁신을 하여 기업의 가치를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 shyooo@fnnews.com 유석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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