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개편’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는 김영삼 전대통령(YS)을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의 ‘신민주대연합’ 구상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사실상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회창 후보는 ‘노무현발 정계개편’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여야를 초월한 보수세력의 결집을 통한 ‘역 정계개편’을 제안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박근혜 의원과 자민련 김종필 총재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노무현 ‘신민주대연합’ 구상=현재의 지역주의에 근거하고 있는 정당구조를 정책과 노선 중심으로 재편하자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노후보는 자신의 ‘신민주대연합’ 구상을 밝힌 뒤 6·13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로 3명을 거론하며 YS의 협조를 구했다. 노후보가 부산시장 선거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선거에서 영남권 교두보 확보가 정계개편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시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민주화세력의 지지를 얻은 후보를 내세워 부산시장 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정계개편의 추동력을 확보하는 한편 이를 12월 대선승리로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여권의 움직임=아직 민주당은 신중한 입장이다. 지난 2월 국민경선제 직전 이미 한차례 ‘정계개편’을 놓고 논란이 인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노풍’이 불기 전이었고 ‘정계개편론’도 정권재창출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노풍’을 등에 업은 ‘노무현’이란 예상밖의 후보가 탄생했고 정권 재창출에 대한 자신감도 생겼다.
그러나 당이 일사불란하게 ‘신민주대연합’을 위해 움직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이인제 의원 진영의 움직임이 변수다. 이의원은 ‘경선불복’ 원죄 때문에 먼저 움직이지는 않겠지만 노후보가 자락을 깔아주면 못나갈 것도 없다는 태세다. 자민련 김종필총재와의 관계 설정도 고민 중 하나다. 일각에선 ‘민주-자민’ 합당이나 지방선거 연합공천을 거론하고 있다.
◇야권의 역 정계개편론=한나라당은 범보수 세력을 한곳에 모으는 이른바 ‘야당판 역정계개편’를 고려중이다. 방어를 위해서는 공격도 불사하겠다는 맞불작전이다.
이회창 후보는 최근 국민대통합론과 관련, “필요하다면 우리와 뜻을 같이 하는 여권인사들과도 손잡을 수 있다”며 역정계개편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노후보가 실제로 개혁이념을 내세워 과거 민주화운동세력 중심으로 정계개편을 추진할 경우 민주당내에서 이탈하는 보수세력과 힘을 합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당내 한 관계자는 “여권 내부에서도 정권교체에 공감하는 사람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때가 이른 감은 있지만 그런 맥락에서 이인제 의원과의 연대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한나라당이 주도할 수 있는 정계개편 시나리오 중 자민련과의 협력 모색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자민련도 최근 한나라당을 ‘구국전선의 잠재적 우군’으로 규정하는 등 관계개선 노력에 적극적이다.
◇신당 변수=박근혜 의원이 중심이 된 신당이 정계개편의 변수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물론 박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한국미래연합의 경우 벤처정당임을 자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중도사퇴한 이의원과 김종필 자민련 총재, 월드컵 이후 정치 활동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진 정몽준 의원 등과 연대할 경우 파급 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박의원은 실제로 창당을 앞두고 민주당 이의원을 비롯, 한나라당과 자민련 일부 인사들을 겨냥, 신당 합류를 위한 ‘러브콜’을 시도하고 있다. 여기에다 대선 출마설이 나도는 정몽준 의원도 월드컵 이후 어떤 식으로든 정치 세력화를 꾀할 가능성이 짙어 일부 신당을 중심으로 한 부분적인 정계개편도 무시할 수 없다.
/ pch@fnnews.com 박치형 서지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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