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글로벌 금융 르네상스 시대] 보험사 선진화 전략

조영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02 07:50

수정 2014.11.07 11:49


‘생존과 도약을 위해서는 변해야 한다.’

외환위기와 초저금리라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온 국내 보험사들이 도약을 위한 발판 마련에 분주하다.

과거와 같은 상품 포트폴리오와 자산운용을 고집했다간 퇴출될 수밖에 없는 엄연한 경영환경이 형성되면서 경쟁력을 갖춘 보험사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중인 것이다.

지난해 역마진 문제가 불거진 이후 국내 보험사들은 재빨리 상품 포트폴리오를 저축성 상품에서 보장성 상품 위주로 재편했고 판매조직도 대거 정비했다.

현재 생명보험사들의 상품예정이율은 5%다. 여기에 변동금리형 상품을 도입, 실세금리 급락에 따른 위험을 커버할 수 있는 상품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 그동안 지적돼 왔던 낙후된 자산운용부문의 선진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지닌 이자율차부문을 개선하기 위해 리스크 관리팀을 신설, 위험관리에 나서고 있다. 선진화된 경영구조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보험사들도 있다. 국내 보험시장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중국과 베트남 등으로 진출, 국제적인 보험사로 도약하기 위한 기초작업에 들어간 보험사가 있는가 하면 보험을 직접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도 등장했다.

10여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자리를 잡고 국내기업과 대등한 경쟁을 하고 있는 외국계 기업도 변화에는 뒤지지 않는다. 현지화 및 토착화에 성공한 외국계 보험사는 이제 국내 상위사를 위협할만큼 우리시장에서 크게 성장했다. 선진화된 경영기법과 국내 보험시장 환경을 접목,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수익위주의 경영=국내에서 영업중인 보험사의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수익중심의 경영을 들 수 있다. 이는 생명보험사나 손해보험사 모두 공통된 것으로 오로지 매출경쟁에만 매달려온 과거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90년대 초 우후죽순처럼 신설된 보험사와 기존 보험사간의 경쟁, 신설사간의 경쟁, 국내사와 외국사간 경쟁의 부산물인 ‘덩치’중심의 경영으로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보험사들은 뒤늦게 깨달은 것이다. 퇴출보험사가 타산지석이 됐고, 주가폭락에 따른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적자와 역마진이라는 복병이 보험사를 거듭나게 했다.

수익위주의 경영을 위해 보험사들이 제일 먼저 단행한 것은 조직 슬림화. 감원이라는 카드로 방만하게 운영해 오던 조직을 정비하고 수익중심의 경영풍토 정착에 나섰다.

상품 포트폴리오 개편도 뒤따랐다. 확정금리 및 저축형 상품판매를 중단하고 보험 본연의 기능인 보장성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종신보험이 바로 그것이다.

보장성 상품에 변동금리형을 도입한 상품도 등장했다. 확정금리형에 익숙한 국민들에게는 부담이 가는 상품이지만 모든 보험계약자에게 득이 될 수 있는 상품이다.

일단 보험사의 수익중심 경영은 성공한 것으로 여겨진다. 지난 2001회계연도(2001년 4월∼2002년 3월) 국내 생명보험사들이 올린 이익은 2조3000여억원(배당전)으로 6000여억원의 적자를 보인 지난 2000회계연도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손해보험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판매조직의 전문화 및 다각화=수익위주의 경영을 위해 보험사들이 가장 먼저 추진한 것은 판매조직의 전문화다. 보험사들은 판매조직의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이들의 생산성 극대화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는 과거 ‘팔고 보자’는 식의 영업만으로는 수익을 맞출 수도 없을 뿐더러 만성적인 영업부문 적자를 해소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또 종신보험이 각광을 받으면서 보험사들은 이를 판매할 재무설계사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변액종신보험이나 올해 새롭게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변액연금 등 증시의 흐름과 금리의 변동까지 분석할 수 있는 재무설계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어 보험사들은 소수 정예부대 양성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들은 인적 판매망 이외에 텔레마케팅(TM)이나 사이버마케팅(CM) 등 새로운 수단의 판매조직 정비에도 열성이다.

특히 손해보험사들은 TM이나 인터넷 전용상품을 대거 출시하며 경쟁에 나서고 있다. TM 및 CM 전용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단종보험사가 출현했으며, 기존 오프라인 조직을 가진 손해보험사가 온라인 상품을 개발해 적극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자산운용의 선진화=지난 2000회계연도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는 주가폭락에 따른 대규모 이차손을 보면서 사상 유례없는 적자를 기록했다. 계약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를 운용, 보험금과 배당금 등을 지급하는 보험사가 자산운용에 실패해 손실을 봤다는 것은 국내 보험시장에 큰 파장을 몰고왔다.

실제 2000회계연도중 생명보험사들의 이차손실은 무려 2조9972억원에 달했다. 보험사의 이차손실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96회계연도 2317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이후 97회계연도 1조1089억원, 98회계연도 6조4208억원, 99회계연도 2조4706억원 등 자산운용부문에서 매년 수조원의 돈을 까먹었다.

최근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의 전문화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해 투자전문 금융기관과 투자자문 및 일임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모델포트폴리오 분석 및 전략과 채권 및 금융 시황, 유망종목 매매추천 등을 투신사들로부터 자문받고 있다. 연간 100억원의 적지 않은 투자자문 수수료를 지불하면서까지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자산운용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그만큼 자산운용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은 안정적인 자산운용의 수익확보를 위해 자산부채관리시스템(ALM)을 구축, 리스크 관리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전문 운용인력 양성에도 적극적이다.

/ fncho@fnnews.com 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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