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대통령 탈당’ 정국 ‘변화 無’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05 07:51

수정 2014.11.07 11:48


김대중 대통령이 민주당 탈당을 결심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른 홍업·홍걸씨 등 세아들의 비리연루 의혹과 이로 인한 ‘노풍’의 조정 등이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앞으로 여야와 등거리 정치를 유지하며 12월 대선에서의 중립의지를 더욱 강조할 것으로 보이며 여당은 대통령 탈당을 계기로 세아들 비리와 각종 게이트 의혹을 월드컵 전에 모두 털어내고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2야는 김대통령의 탈당을 ‘위장 탈당’ 또는 ‘국면전환을 노린 고육책’이라며 중립 의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다.

◇월드컵 전 모든 것 털고 가자=우선 대선정국에 휘말리지 않고 임기말 국정을 안정적으로 마무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5일 “김대통령은 정치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상태에서 국정에 전념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탈당이 불가피하다는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안다”고 이를 확인했다. 탈당 직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대선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키로 한것도 대선 중립의지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검찰이 홍업·홍걸씨에 대한 구체적인 소환절차에 착수한 것도 탈당 결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들 문제와 각종 게이트 의혹을 조속히 매듭짓고 국가 대사인 월드컵을 여야의 협조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분석된다. 자신의 오른팔인 권노갑 전 민주당 최고위원의 구속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홍걸씨 등 아들들에 대한 검찰수사의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와함께 최근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등 ‘노풍’이 조정국면에 접어든 것도 아들 비리 문제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민주당과 노후보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원려(遠慮)’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국 변화 효과는 미지수=김대통령의 탈당이 현재의 첨예한 여야간 대치정국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야가 김대통령의 탈당을 ‘위장 탈당’ 또는 ‘국면전환용’이라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은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대한 자성과 중립적 위치에서 나라를 이끌겠다는 진심어린 뜻이라면 환영하지만, 잠깐의 위기를 넘기고 아들 비리문제를 덮어 민주당의 재집권을 위한 ‘위장탈당’이라면 용인할수 없다”고 논평한 것도 이를 말해주고 있다. 특히 ‘노무현=DJ후계’라는 등식으로 여권을 공격해온 한나라당으로서는 김대통령의 탈당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김대통령의 후속조치 여부에 따라 ‘위장 탈당’을 집중 부각시키며 청와대와 노후보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김대통령이 민주당 탈당에 이어 중립내각 구성 등 야당의 의심을 풀 수 있는 또다른 ‘후속조치’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sejkim@fnnews.com 김승중 박치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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