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고가車 재고 바닥…소비심리 회복

박정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06 07:51

수정 2014.11.07 11:48


현대차 에쿠스를 구입하기 위해 6일 현대차 서울 강남 판매장을 찾은 김모씨(42·자영업)는 110일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직원의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지난해 이맘 때만 해도 중대형 자동차는 주문한 지 1주일이면 인도받을 수 있었으나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에쿠스는 물론 뉴그랜저XG, 뉴EF쏘나타, 싼타페, 체어맨 등 중대형 고가 승용차와 레저형차량(RV)들도 재고가 바닥나 3개월 이상 기다려야 인도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뿐만 아니다. 지난해 판매가 지지부진했던 삼성전자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는 올 1·4분기중 판매량이 30배 증가했고, LG전자의 고급 드럼형세탁기 판매도 10배나 늘었다.

경기 회복과 저금리에 힘입어 소비 심리가 중대형 고가상품 중심으로 풀리고 있다.


자동차의 경우 특소세 환원 조치(6월말까지), 신차 출시와 맞물려 주문이 폭증하는 가운데 각 판매장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빼달라’는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자동차 내수판매는 지난 1월 12만9113대에서 매월 꾸준히 증가, 4월엔 15만2040대로 늘어났다. 자동차 월 판매대수가 15만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 97년 8월(15만2940대) 이후 4년7개월만이다.

이처럼 판매가 급증하자 생산이 따르지 못해 재고가 급감하고 있다. 4월말 현재 자동차업계의 총재고는 4만2780대로 적정재고 7만6000대에 훨씬 못미치고 있다. 업체별로는 대우를 제외하고는 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 등 4개사가 적정 재고 수준 이하로 떨어졌다.

현대차 관계자는 “1년 전만 해도 싼타페만 1개월 대기 수요가 있었을 뿐 나머지 차종은 1주일이면 고객 인도가 가능했다”며 “현재 연간 189만대에 달하는 생산라인을 풀가동하고 있으나 브랜드 인지도가 급상승하면서 수출 주문 역시 폭주, 적정재고 수준을 못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고급 가전제품도 날개 돋친듯 판매되고 있다. 올 1·4분기중 삼성전자의 양문형 ‘지펠’냉장고(600ℓ 이상)와 중대형 TV(29인치 이상)는 각각 전년동기 대비 50% 이상의 판매증가율을 기록했다.
LG전자의 고급 양문형 냉장고 ‘디오스’ 판매도 지난해 동기보다 70% 이상 늘어났다. 수입가전 시장 역시 달아오르고 있다.
소니코리아 유정현 차장은 “34인치 브라운관 TV와 42인치 이상 프로젝션TV의 경우 지난해 1·4분기보다 판매가 20∼30% 정도 늘어났다”며 “대형 PDP TV를 곧 출시, 고급제품을 찾는 소비자를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js333@fnnews.com 김종수 김수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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