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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사채 빌려 카드 빚 갚는 악순환


각종 신용카드의 폐해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이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신용카드의 남발에 따른 연체를 갚기 위해 사채를 얻어쓰는 사람이 늘고 있고 카드빚을 갚기 위해 끔찍한 살인행위까지 마다하지 않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사채업자를 찾는 사람의 절반은 은행 신용카드 등의 연체를 막기 위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사채이용자의 60%는 2개 이상의 사채업자를 이용하고 있어 ‘사채 얻어 카드빚 갚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같은 현상은 금융감독원이 전국의 사채이용자 6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드러난 것이다. 이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50.4%가 기존대출금을 갚기 위해 사채를 빌려쓴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신용카드 연체정리가 26.9%로 가장 많고 은행연체 정리가 14.7%, 다른 사채 상환이 8.8%였다. 4명중 1명은 사채업자에게서 폭행이나 협박을 받고도 신고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채를 쓰는 사람은 이자의 고하를 불문하는 경향이 있음도 여실히 드러났다. 월 20% 이상의 초고금리로 빌리는 사람이 무려 15%에 달하고 월 10∼19%가 전체 이용자의 41.4%로 대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당장 신용불량자가 아니라 해도 고금리의 사채를 끌어다가 제도권의 연체를 해결하는 경우가 태반이어서 언제 신용불량자로 전락할지 모르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사채시장이 위축되거나 제도권이 대출금 회수에 박차를 가할 경우 신용불량자의 급증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신용불량자의 증가를 막기 위해 하반기부터는 미성년자에 대한 카드발급엔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카드사 매출액중 65%에 이르는 대출서비스 비중을 내년까지 50% 이내로 낮추도록 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대책으로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병세가 너무나 악화되어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신용불량자의 양산을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카드의 발행 자체를 보다 엄격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서양에서처럼 일정기간 거래에서 신용을 쌓은 고객에게만 카드를 발행해주는 것이다.

지난 3월말 현재 발급된 카드는 무려 9605만장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3월말에 비해 무려 51%(3278만장), 지난해말보다 7.5%(672만장)가 늘어난 것이다. 경제활동인구(2229만명) 1인당 4.3매의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의 남발이 가져오는 신용불량자의 양산과 가계파산을 불러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잘라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