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이슈진단] 한국 경제 양극화 어느 정도인가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07 07:51

수정 2014.11.07 11:47


IMF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양극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됐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에 자리잡은 양극화는 어느 정도이고,어떤 모습일까.

상하위 소득差 5000만원 넘어

◇소득 양극화=가장 두드러진 양극화가 소득격차의 확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소득이 가장 많은 상위 20%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6165만원인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 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914만원에 불과했다. 상하위 20% 계층간 소득격차는 6.75배. IMF 사태 이전인 96년에는 이 격차가 4.74배였다. 상위 20% 가구의 소득 점유율도 96년 37.8%에서 2000년에는 42.6%로 높아졌다. 이에 비해 하위 20% 가구의 소득점유율은 8.0%에서 6.3%로 떨어졌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가속화된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전국 1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가계 재무상태 조사’에서도 똑같은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올 1·4분기 저소득층(연간소득 1000만원 미만)의 부채지수(5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으면 부채가 1년전보다 증가)는 57.6인 반면 자산지수는 44.9에 머물렀다. 1년 전에 비해 부채는 늘고 자산을 줄어든 것이다.

이에 비해 고소득층(연간소득 3000만원 이상)은 부채변동(부채지수 50.0) 없이 자산이 증가(자산지수 60.2)했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자산지수 격차도 15.3포인트로 동일한 조사를 했던 지난해 2·4분기의 14.2포인트보다 커졌다.

소득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양극화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지니계수는 지난 91년 0.274에서 96년 0.290으로 약간 높아졌다가 2000년에는 0.351로 치솟았다. 지니계수는 0∼1의 값을 가지며 1에 가까울수록 소득이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비정규직 임금 정규직의 절반

◇고용구조 변화와 임금 양극화=고용구조가 급변하면서 임금구조의 양극화가 뚜렷하다. 기업들은 월급이 많고 안정성이 높은 정규직을 줄이는 대신 비정규직과 일용직을 늘리는 추세다. 정규직 비중은 지난 96년말 56.7%에서 2001년말에는 48.7%로 50%대가 깨졌다.올해 3월말에는 48.5%로 더 떨어졌다.

반면 비정규직(임시직) 비중은 29.5%에서 34.3%(3월말),일용직 비중은 13.8%에서 17.1%로 각각 높아졌다. 그만큼 고용의 질이 나빠진 셈이다. 하지만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고용구조의 변화에 따라 핵심 근로자와 주변 근로자간 임금격차도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비정규직 임금은 정규직의 55%, 일용직은 정규직의 41%에 불과하다. 주변 근로자로 밀려나면 그 순간 월급이 반토막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그렇다고 정규직만 되면 문제가 풀리는 것도 아니다. 정규직 내에서도 개인의 능력과 실적에 따라 임금 차이가 매우 크다. 외환위기 전에는 연공서열에 따라 획일적으로 보수를 정하고,하후상박의 원칙에 따라 상한선보다는 하한선을 높이는 게 보통이었다. 그러나 보니 임금구조도 중간층이 두터운 ‘항아리형’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IMF 사태 이후 많은 기업들이 연봉제와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하면서 임금구조도 허리가 잘룩한 ‘장구형’으로 변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월 200만원 이상을 받는 고임 근로자의 비중은 지난 94년 5.7%에 불과했으나 이후 95년 10.0%,97년 20.4%,2000년 26.6%로 높아졌다.

국세청이 집계한 근로소득세 납입 과표에서도 같은 추세가 확인된다. 이에 따르면 지난 98년 8000명이던 연봉 1억원 이상의 고액 봉급자가 99년에는 1만5000명,2000년에는 2만1000명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는 면세점 이하의 과세미달자가 2000년에 517만명으로 전년보다 33.5%나 증가했다.

반도체등 10대품목 수출편중

◇산업·수출 양극화=반도체·자동차·정보통신·컴퓨터 등 극소수 주력산업의 비중이 갈수록 커지는 양극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전체 수출 가운데 10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80년 42.4%에서 90년에는 48.3%, 2000년에는 55.9%로 높아졌다. 과거에는 여러기업이 여러 제품을 잡다하게 생산하고,재벌들도 문어발식 경영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된 물건을 하나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세계 경제전쟁이 가열되면서 기업들도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해졌다.

산업간 양극화 뿐만 아니라 산업내 양극화도 극심하다. 고부가가치화에 성공한 우량기업과 그렇지 못한 비우량 기업간의 명암이 분명해 지고 있는 것이다. 상·하위 재벌간 격차도 더 벌어졌다. 30대 그룹의 매출액 가운데 4대 재벌이 차지하는 비중은 97년말 58.4%에서 2000년말 65.0%로 높아졌다.

◇소비 양극화=소득격차가 커지다보니 당연히 소비도 양극화될 수밖에 없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고소득층(소비지출지수 56.5)은 1년 전보다 소비지출을 늘렸으나 저소득층(44.5)은 줄였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3월 백화점과 할인점의 고객은 5% 가량 줄었지만 구매단가가 10∼15%나 높아졌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3월중 명품 매출액이 50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50% 늘었다. 디지털가전 등 고가 전자제품도 22% 많은 60억원어치가 팔렸다.
백화점 매장에서는 의류 구두 가구 등을 중심으로 한때 유행했던 ‘중저가 브랜드’가 거의 대부분 사라졌다.비교적 동질적이었던 시장이 고가시장과 저가시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고가 명품 아니면 최저가를 강조하는 ‘양극화 마케팅’ 쪽으로 판매전략을 바꾸고 있다.

/ kyk@fnnews.com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