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글로벌 비즈니스] 도레이새한 이영관사장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13 07:53

수정 2014.11.07 11:45


‘천지만물중 화본야(天地萬物中 和本也)’

‘세상 모든 것 가운데 화합이 근본이다’라는 이말은 도레이새한 이영관 사장(55)이 회사경영자로서 늘 가슴에 품고 있는 글귀다. 기업도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사람들 사이의 조화와 단결이 가장 우선시돼야 한다는 뜻이다.

이사장은 “화섬산업은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직원들 사이의 팀웍이 매우 중요하다”며 “사내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사간 신뢰가 핵심=이사장은 지난 73년 제일모직 입사 이후 회사 간판이 새한과 도레이새한 등으로 바뀌는 동안에도 줄곧 구미공장에서만 생활해온터라 현장직원들의 불편함과 애로사항 등으로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자부한다.

그는 지금도 한달에 두세차례 공장에 내려가, 혼자서 생산라인을 둘러본다.

이러다 보니 관리직은 물론, 생산직 직원들의 이름을 거의 다 기억할 정도가 됐고,덕분에 직원들 사이에서도 ‘사장님’보다는 ‘형’이나 ‘아저씨’라는 이미지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이사장은 자신의 스케줄도 모두 공개하고 있다. 직원들이 사장실을 찾았을 때 다른스케줄 때문에 만나지 못해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배려한 것이다.

“사원과 경영진간의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뢰가 하루 아침에 생길 수는 없지요. 회사도 경영실적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한편, 각종 정보도 공유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도레이새한은 이달 초 노조로부터 임금조정을 위임받아 국내 화섬업체중 처음으로 올해 임금교섭을 마무리 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임금인상에만 매달린 소모적이 대결보다 품질과 생산성 향상에 매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노사 양측의 판단이었다.

이사장은 이에 대해 “회사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에 따라 협력을 아끼지 않은 근로자에 반드시 보상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알맹이는 토종기업=도레이새한이 외국계 기업이라는 사실은 사명에 ‘도레이’라는 일본기업의 이름이 붙어있다는 점이다.

허지만 사내분위기 등 모든 것은 너무나도 한국적이다. 회사 내에 일본인은 부사장을 포함, 기술과 마케팅을 지원하는 6명이 전부다.

이사장은 “도레이새한이 비록 일본 자본이 들어온 회사이기는 하지만 한국에서 사업하고 키워나가야 한다”면서 “당연히 한국적 기업 풍토와 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모기업인 일본 도레이사가 갖고 있는 신기술과 마케팅의 노하우를 적극 수용하고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이사장은 연초 일본 본사에서 사업계획에 대한 보고를 할 뿐 경영에 대해 전혀 간섭을 받지 않는다. 그의 사업방식이나 실적에 대한 이의제기도 현재까지 전혀 없었다. 모기업에서도 능력을 인정, 회사경영을 전적으로 위임했다는 얘기다.

◇전자정보 소재기업으로의 변신=이사장은 지난해 2006년까지 회사를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해 중장기 전략을 마련했다.

오는 2006년 경영목표는 매출 1조원과 경상이익 880억원.

추가 투자를 통해 기존 경쟁력 있는 제품들의 생산을 늘리고 범용제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부가가치가 높은 특화제품 위주로 전환하는 등 구체적인 방안이 이미 실행 중이다.

특히 정보기술(IT) 및 반도체 소재부문을 강화, 화섬업체라는 이미지를 벗어던지겠다는 각오로 지난달 말 새한에서 가공필름 부문을 인수했다. 이사장은 모기업과의 기술협력을 통해 이 부문을 2006년 매출 100억원을 올리는 차세대 전략산업으로 키워나갈 생각이다.


이사장은 “일본측의 선진기술을 활용, 품질을 높임으로써 수입에 의존해왔던 소재를 국내에서 생산하게 됐다”면서 “이는 전기·전자기업들의 원가경쟁력 제고는 물론, 미국·중국·대만 등지로 수출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친이 늘 하셨던 말씀 중에 ‘인일시지분 면백일지우(忍一時之憤 免百日之憂:순간의 화를 참으면 백일동안의 걱정을 덜 수 있다)’라는 글귀가 있습니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직원들에게 ‘멋진 사장’이라는 얘기를 듣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직원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철저한 자기관리를 바탕으로 내실경영에 힘을 쓰는 이사장의 각오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 blue73@fnnews.com 윤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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