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한국의 ‘파워’ 회계법인-하나회계법인] 역사 짧지만 조직력 최강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2.05.15 07:53

수정 2014.11.07 11:44


올해초 미국에서 ‘엔론 파문’이 터지고 사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각국에서 앤더슨의 파트너 법인들이 살길을 찾아 나서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엔론의 외부감사인이었던 앤더슨이 분식회계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고객 이탈, 이미지 추락 등으로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앤더슨의 국내 파트너인 안진회계법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안진은 합병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했고 합병 파트너로 빅5 회계법인인 삼정회계법인(해외파트너 KPMG), 영화회계법인(언스트&영) 등이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안진이 최종적으로 선택한 합병대상은 지난해 10월 설립된 신생법인 하나회계법인이었다.



안진이 영화·삼정 등 대형회계법인을 제치고 하나를 파트너로 선택하자 회계업계 관계자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그만큼 하나의 경쟁력을 안진이 인정한 것이며 합병 시너지도 클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나와 파트너십 관계를 맺고 있는 딜로이트투쉬토마츠(DTT)의 로버트 A 캠벨 아태지역 대표는 “하나와 안진의 통합은 DTT의 글로벌 전략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합병 양해각서(MOU) 체결이 한국회계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오는 7월1일 합병이 완료되면 통합법인은 1200명이 넘는 전문가를 보유해 삼일의 뒤를 잇는 2위권 회계법인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역사는 짧지만 탄탄한 회계법인, 하나회계법인의 면면를 살펴본다.

◇DTT의 선택=하나회계법인은 지난해 10월 안건회계법인에서 쪼개져 나온, 말그대로 ‘신생’ 회계법인이다. DTT는 국내 파트너로 삼고 있던 안건에서 하나가 떨어져 나가면서 분리되자 두 법인을 모두 파트너로 인정하는 ‘듀얼 파트너’ 계약을 맺었다.

기존 파트너가 있음에도 불구, DTT가 갓 태어난 하나를 또다른 파트너로 곧바로 인정할 정도로 하나에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는 평이다.

DTT의 자회사인 딜로이트투쉬 매니지먼트솔루션(DTMS) 및 기업금융(DTCF)를 이끌던 이재술 대표가 하나를 설립하자 안건의 핵심 회계사 250여명이 바로 이대표와 같은 길을 선택할 정도로 하나는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한다.

현재 하나 멤버들은 이미 안건에서부터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지명도를 높이고 있었다. 지난해 시작해서 현재 진행중인 프로젝트만 하더라도 알코아의 국내사 인수 자문, 대신생명 매각주간사, 제너럴모터스(GM)의 대우자동차 인수 프로젝트가 있다. 또 이미 완료한 프로젝트로는 DTS코리아 해외 자본유치 자문, 고합 피합병법인 영업권 평가, 트라이-월의 국내기업 인수자문 및 실사, 월드와이드 항공서비스의 국내 공항서비스사 매수 위한 협상자문 및 실사, 다이텔레콤의 국내 휴대폰 제조업체 매수 프로젝트, 싱가포르텔레콤의 국내 통신사 지분참여 자문 등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이밖에도 골드만삭스와 공동으로 삼성자동차의 포드 외자유치 협상 지원, 델파이가 성우·대우기전·덕양산업·유진·인산 등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한 지분인수 관련 포괄적 재무자문 및 실사 업무, 경방의 해외 자본유치 자문, 삼성자동차와 대우자동차 빅딜 관련 협상 중재, 법정관리 아래 있던 경주조선호텔의 매각자문 및 기업가치 평가 등 수많은 국내외 기업들의 인수합병(M&A) 업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들이 하나에 모여 있다.

◇짧은 역사, 그러나 단단한 경쟁력=하나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회계전문가들의 팀워크로 탄탄한 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감사본부, 세무사업본부, 일본사업부 등 기본적인 조직은 물론 DTMS, DTCF, 위험관리(ERS) 등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조직이 잘 혼재돼 있다.

감사본부에서는 기본적인 법정감사와 연결 및 결합재무제표 감사, M&A 등 특수목적 감사, 경영평가와 내부감사, 재무예측 및 사업계획 수립, 벤처기업 창업, 외국회계기준에 따른 감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나는 투명하고 공정한 회계감사 서비스를 위해 DTT만의 방법론을 정립해 높은 품질의 감사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하나가 사용하고 있는 ‘AuditSystem/2’라는 시스템은 DTT의 감사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첨단 감사 소프트웨어(SW)로 기업의 회계 및 내부통제시스템을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그물망 프로그램’으로 불린다.

세무사업본부에는 60명 가량의 세무전문가가 DTT와 글로벌 네트워크 공유를 통해 세계적 수준의 세무전략 및 계획에 관한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무신고, 세무조사 및 조세불복, 조세계획 수립, 외국인 투자자자문 및 회사설립관련 세무서비스, 재산제세 관련 서비스를 맡고 있다.

일본사업부(JCS)는 일본계에 대한 종합 경영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별도로 설립된 조직이다. 일본계 기업의 한국투자에 관한 종합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본서비스유니트(JSU), 코스닥 등록업무 자문 등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경영전반 컨설팅을 제공하는 종합솔루션유니트(TSU), DTT의 아시아네트워크와 축적된 중국 비즈니스 경험을 활용해 한국과 중국간 투자지원, 세무자문 등 관련서비스를 제공하는 중국서비스유니트(CSU) 등으로 구성돼 있다.

ERS는 고객사의 위험관리에 대한 경영상 요구에 대해 부분적 대처가 아닌, 경영전략과 목표 관점에서 접근해 조직상 위험, 정보시스템 위험, 운영 위험, 환경 및 기술적 위험, 재무적 위험에 대한 종합적인 통제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사의 내부통제구조와 정책 발전, 내부감사 업무 개선, 각종 데이터 분석 및 검증,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을 통해 기업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금융 및 재무자문 그룹인 DTCF, 중장기 전략과 가치경영을 지원하는 전략수립을 담당하는 DTMS 역시 하나의 주요 경쟁력이 되고 있다. 안건 시절부터 하나의 전문가들이 국내외 기업의 M&A나 기업가치 개선 프로젝트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밑바탕 조직이다.
이재술 대표가 안건에 몸담고 있을때 DTCF와 DTMS의 대표를 역임했고 이는 삼성자동차·크라운베이커리·데이타크래프트·고합·연합캐피탈·무디스 등 국내외 기업들의 M&A나 자산매각, 인수프로젝트 등에서 하나가 뛰어난 실적을 보이는 원동력이다.

/ jklee@fnnews.com 이장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