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파치노 주연의 코미디 영화 ‘시몬’(원제 SIMONE)은 사이버 여배우를 이용한 한 영화감독의 사기극을 통해 대중매체와 대중스타의 의미를 되묻고 있다.
사회학자들의 지적처럼 사실 우리가 TV나 영화같은 대중매체를 통해 보는 스타는 진짜 모습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조작된 이미지일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보는 세상도 우리들이 살아가는 실제의 삶과는 다소 거리를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남자의 일거수일투족을 24시간 생중계하는 ‘트루먼 쇼’의 시나리오를 썼던 앤드류 니콜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디지털 여배우 시몬을 내세우고 있다. 빅터 타란스키(알 파치노)는 대중적인 성공도 작품성에 대한 인정도 얻지 못한 할리우드의 2류 감독. 연이은 흥행 실패로 제작사와의 재계약도 불투명해지자 빅터는 신작 ‘선라이즈 선셋’ 준비에 혼신의 힘을 다한다.
하지만 문제는 여배우. 콧대 높고 까다롭기만 한 여주인공(위노나 라이더)은 촬영 직전에 출연을 번복하고 제작은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게다가 다른 여배우들도 그와 함께 일하기를 꺼리자 빅터는 절망에 빠진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팬이자 컴퓨터 엔지니어인 한 남자로부터 유품을 전해 받는다. 그 남자가 죽기 전에 남긴 것은 ‘사이버 여배우 프로그래밍 CD’로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다양한 표정을 갖춘 사이버 여배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물론, 합성을 통해 영화에도 출연시킬 수도 있다. 빅터는 이 프로그램으로 만든 사이버 여배우 시몬을 자신의 영화에 출연시켜 대박의 꿈을 이룬다.
이번 영화의 장점은 사이버 배우를 통해 세상을 속인다는 스케일 큰 상상력에서 찾을 수 있다. 가상배우의 인터뷰 장면이나 콘서트 장면도 재치 있으며 스토리도 짜임새있는 편. 과장된 사건이나 지나친 비약은 감독의 엄청난 상상력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 하더라도 소재의 비판의식에 비해 예봉이 꺾인 듯한 결말은 아쉽다. ‘대부’의 알 파치노가 2류 감독 타란스키 역을, 캐나다 모델 출신의 레이첼 로버츠가 사이버 여배우 시몬 역을 맡았다. 1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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