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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성마비 전훈기씨 60대1 뚫고 SK합격, 중증장애 딛고 또하나의 도전성공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1.09 08:56

수정 2014.11.07 19:53


“인간승리가 아닙니다. 이제 출발일 뿐….”

선천성 뇌성마비 중증 장애를 딛고 서울대를 졸업했던 정훈기씨(28)가 졸업 5년만에 대기업 취업이라는 또 하나의 도전에 성공했다.

지난해 SK그룹의 신입사원 채용에서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 지난 1월1일부로 시스템통합 업체인 SKC&C에 입사한 것. 그동안 소아마비 장애인이 대기업에 입사한 일은 있었지만, 양손과 오른쪽 다리가 불편한 3급 뇌성마비 장애인으론 처음.

정훈기씨는 탯줄을 자를 때 산소공급이 제대로 안돼 신경세포들이 회복불가능 수준으로 손상 ‘뇌성마비 장애인’이 됐다. 지난 94년 서울대 임산공학과에 입학해 98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할 때까지, ‘뇌성마비 최초의 서울대생’으로 유명세를 치른 그에게도 취업관문은 바늘구멍.

졸업 직후 작은 벤처회사에서 수습 6개월 동안 업무보조를 할 수 있었을 뿐, 그를 정식으로 채용하려는 곳은 없었다. 장애를 가진 4명의 아시아인과 함께 생활하며 공부한 경험을 담아, 2000년 12월 ‘도전만이 희망이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지난 2001년에는 국내에서도 유명한 만화 ‘시마과장’의 작가인 히로카네 켄시가 쓴 ‘인생을 변화시키는 작은 원칙들’을 우리말로 번역해 출간하면서, 보통 샐러리맨의 삶을 꿈꾸었다.

SK는 정훈기씨의 시험 편의를 위해 본인의 요구에 따라 답안지 마킹과 별도 고사장 서비스를 제공했다.
다만 그것뿐이었다. SK그룹의 채용담당자는 “정훈기씨는 다른 입사 지원자들과 똑같은 기준의 평가과정을 거쳐 6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당당하게 공채로 합격했다”며 그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어떤 특혜나 차별도 받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지난 2일부터 시작된 신입사원 연수를 받고 있는 정씨의 꿈은 ‘핸디캡이 있어도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만드는 정보기술(IT)엔지니어’다.

/ sejkim@fnnews.com 김승중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