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고스톱을 아는 사람들은 ‘개평’이 뭔지 다 알 것이다. 개평의 사전적 의미는 노름이나 내기 등에서 이긴 사람이 가지게 된 것에서 조금 얻어 가는 것이라고 되어 있다.
우스갯소리지만 뼈있는 말이 있다. 노름판에서 돈을 따는 사람은 개평뜯는 사람이라고. 개평을 뜯는 개평꾼은 이익이 보장돼 있기 때문이다. 누가 승부에서 이기든지 그 이익금의 일부를 개평꾼에게 넘기기 때문이다.
이 개평꾼도 노름판에서 잔심부름 등을 통해 나름대로의 수고와 노력을 하긴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평꾼의 노력은 노름판에 직접 뛰어든 당사자의 노력보다는 더 크지 않다. 그럼에도 이익은 보장된다.
지금 새로운 정부 출범을 앞두고 개혁논의가 한창 진행중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쟁점 가운데 하나가 ‘준조세’다. 준조세의 성격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 기업활동을 통해 얻은 이익의 일부를 법률이 정한 세금이 아닌 각종 명분을 통해 걷어간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준조세가 개평과 크게 성격이 다르지 않다. 그래서 준조세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개평꾼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당장 증권업계를 보자. 증권거래소, 코스닥증권시장, 증권금융, 증권전산, 증권예탁원 등 증권관련 유관기관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개평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나름대로는 노력과 수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얻는 이익의 원천은 증권사의 영업활동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들 개평꾼들이 생존경쟁에 나선 증권사들보다 더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해에도 적자를 기록하며 앞으로 불어닥칠 업계 구조조정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증권사 직원들은 특별상여금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증권사라는 존재가 있기 때문에 먹고 사는 증권유관기관은 창고에 쌓인 이익을 나누기 위해 돈잔치를 벌이고 있다. 개평을 걷어가는 기관도 참으로 많다. 과거 퇴임관료들의 노후보장용으로 이런저런 명분으로 만들어진 유관기관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증권사들보다 등 따습고 배 부른 것은 지극히 비자본주의적이고, 비합리적이다. 논쟁이 불붙기 시작한 증권유관기관 통합논의에서 이런 인식은 찾아볼 수 없고 자기 밥그릇만 있다. 그러나 통합논의는 바로 이런 인식에서 출발해야 한다.
/ dream@fnnews.com 권순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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