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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트인 ‘소비자 외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2.14 09:06

수정 2014.11.07 19:06


주택업체들이 공급하는 빌트인(Built-in) 시스템이 또다른 건축 폐자재만 양상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하면서 자원낭비만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마다 쓰레기 처리장과 현관입구 주변에는 입주자들이 뜯어낸 멀쩡한 빌트인 가전과 가구들로 쌓여 볼썽사나운 시각 공해만 야기시키고 있다. ◇자원낭비 등 부작용 커=최근 몇년 전부터 건설사들이 주방 가구와 가전제품 분양때 포함하는 빌트인 시스템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화려한 인테리어 장식 등 겉치레와 과잉시설 제공의 문제점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복잡 다양한 현대 가구(家口)의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단점도 있다.

빌트인 시스템은 이사때 덩치가 큰 가구들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돼 젊은이들 위주로 크게 선호됐다. 그러나 빌트인 시스템은 입주자가 뜯어내고 개별적으로 돈을 들여 다시 시공하지 않는 한 건설사가 시공한대로 사용해야 하며 가구 재배치 등이 불가능하다.

◇분양가 인상에 한몫=또 빌트인에 쓰이는 사치성 가전과 실내 가구들은 가격만큼의 기능을 하기보다 건설사들이 분양가를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함께 받고 있다.

건설사들은 분양가 과다책정이란 지적을 받을 때마다 ‘수입 최고가 빌트인 제품과 고급 마감재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일반재보다 값이 비싼 점은 있으나 상당수 주택업체들은 최고급 빌트인 시스템을 내세워 그 이상의 가격을 분양가에 반영시켜 왔다.

이에 대해 건설사 한 관계자는 “고급화된 가구가 배치되지 않으면 시각적 효과가 크게 떨어져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며 “입주 후 자원낭비가 문제로 지적되긴 하지만 건설회사 입장에선 우선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더 중요해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동구매와 마이너스 옵션 활성화 돼야=아파트에 사용되는 가전과 가구들은 유행주기가 빠른 점을 감안, 입주시점에서 입주자들이 인테리어나 빌트인 제품을 공동으로 구매하는 것이 지금의 빌트인 시스템을 대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마이너스 옵션제도 더욱 활성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마이너스 옵션은 기존 건설사의 분양가 인상요인이 돼 온 고급 마감재 등의 요소를 배제할 수 있어 합리적 분양가 산정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주택시장이 과거 공급자 위주의 건설에서 수요자 위주의 공급으로 변화하는 분양계약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합리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 eclipse@fnnews.com 전태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