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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은행장 인사 개입은 신중히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시중은행 은행장 인사에 직접 참여하기로 한 것은 적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대주주가 경영과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당연한 것이지만 정부가 은행장 인사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은행장 인사 개입은 외국 투자가들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유발할 우려가 강하다.

지난달 28일 정관에 반영하도록 시중은행에 통보한 권고안에 따르면 정부가 대주주인 경우 지금까지 사외이사로만 구성했던 은행장 추천위원회(행추위)를 사외이사, 주주대표, 금융 또는 소비자보호 전문가로 구성토록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사외이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행사한 영향력을 직접 행사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은행장 추천방식에 자율성을 부여하겠다고 공언한 정부 방침과는 다른 것이며 어느 정도 개선돼 온 이른바 관치금융을 제도적으로 부활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해 은행법 개정 당시 행추위 규정이 삭제된 이후 다각적으로 행추위 선임방식을 검토한 결과 정부도 대주주로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지분이 높다 하더라도 정부는 민간 대주주와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분이 없더라도 시중은행에 대한 감독, 감사권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대주주로서의 정부가 은행장 인사에 개입하는 것은 감독당국이 인사에 개입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이것이 바로 관치금융의 실체가 된다. 시중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된 것은 외환위기 때문이지만 그 외환위기를 유발시킨 배경에는 관치금융 관행이 자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공적자금이 투입돼 정부가 대주주로 된 시중은행 가운데는 아직도 매각문제가 결말이 나지 않은 곳도 있다.
이는 금융구조조정이 아직 완결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런 시점에 그동안 공언해온 은행장 인사의 자율성을 대주주 권한 행사라는 명목으로 뒤엎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더군다나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은행장 흔들기와 낙하산 인사 숨통을 열기 위한 것이라면 마땅히 재고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