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재벌조사’ 속도조절 필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05 09:12

수정 2014.11.07 18:43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는 2·4분기중 6대 재벌그룹에 대한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공정 거래위는 특히 6대 그룹의 경우 지난 2000년 이후 부당내부거래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지난해 실시한 대규모 거래공시이행 실태점검에서 부당거래 혐의가 포착돼 조사의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 강도 높은 조사가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러한 발표가 있은 후 이들 그룹들은 기업의 일부활동을 중단한 채 조사의 파장이 기업에 어떻게 미칠지 예의 주시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공정거래위의 갑작스런 발표에 대해 우리는 재벌조사가 왜 하필 이 시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지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첫번째 이유는 SK의 최태원 회장의 구속수사로 인한 재계의 충격이 아직도 가라앉지도 않은데다 이로 인한 불안감으로 기업활동이 위축돼 있고, 둘째는 현재의 국내 경제가 외국인들 조차 ‘작은 위기(minor crisis)’라 말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이 손길승 전경련 회장을 만난자리에서 어려운 국내경제와 충격을 감안, 기업조사에 속도조절을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채 한달도 안된 시점이란 점에서 이번 공정거래위의 방침은 대통령의 발언과 정부의 기업정책에 대한 신뢰성을 의심케 하기에 충분한 것이라고 본다.


이 때문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새 정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기업들의 부당·불법행위를 눈감아 주자는 말은 아니다. 기업의 경쟁력 강화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라도 기업의 지배구조를 글로벌 스탠더드로 발전시키고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벌 개혁의 필요성에 이의가 있을수 없다. 또 불법·부당 내부거래를 통한 부의 세습을 단절하는 것도 반대할 아무런 이유도 없다.
다만 노대통령도 지적했듯이 지금은 기업 조사에 속도조절을 해야 할 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는 우선 공기업부터 실시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공기업이 개혁의 솔선수범을 보인 다음 민간기업에 대해 조사를 해도 늦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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