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법 제1조] 윤락녀 국회입성 발칙하다구요?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06 09:12

수정 2014.11.07 18:43


여배우 예지원의 ‘국회 월담’으로 화제를 모았던 정치 풍자 코미디 ‘대한민국 헌법 제1조’(제작 한맥영화)는 이탈리아의 포르노 배우 출신 국회의원 치치올리나(본명 일로나 스탤러)를 떠오르게 한다. 한 윤락여성의 국회 입성기를 코믹하게 그린 ‘대한민국…’의 원안이 ‘588 치치올리나’(99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 당선작)였다는 사실도 이런 연상을 강화시킨다. 어차피 허구일 수밖에 없는 영화 속 이야기는, 왼쪽 가슴을 드러낸 채 유세를 벌였던 치치올리나로부터 ‘발칙한 상상’을 시작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는 한 국회의원의 의문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복상사’로 밝혀진 이 엽기적인 사건으로 국회는 여야동수의 상황이 되고, 정치권과 전국민의 관심은 보궐선거가 열리는 가상의 도시 ‘수락시’로 쏠린다.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던 윤락녀 고은비(예지원)를 국회의원 선거 출마라는 시험대에 오르게 한 것은 한 윤락녀의 강간사건 때문. 쉬는 날에는 노숙자를 돕는 착한 윤락녀 정혜(장유화)가 외제 승용차를 몰고다니는 괴한들에게 납치, 윤간당하는 사건이 벌어지지만 경찰은 늑장 수사로 일관한다. 게다가 경찰서장은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윤락녀 대표 은비에게 ‘윤락녀에게 강간은 성립될 수 없다’는 폭언을 내뱉는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은비는 보궐선거에 출마한 여당 후보 오만봉(김용건)을 찾아가지만 그 역시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이제 은비에게 남은 선택은 국회의원이 되어 ‘올바른 정치’를 펼치는 것 뿐이다. 주변 사람들도 평소 의협심이 강했던 은비에게 ‘사기꾼, 도둑놈, 깡패들도 다 국회의원 되는데 창녀라고 안될 이유는 없다’며 출마를 권유하자 은비는 덜컥 후보 등록을 하고 만다.

윤락녀 고은비가 내세운 케치프레이즈는 ‘실오라기 하나 없는 완벽한 누드정치’. 정치권은 윤락녀의 국회의원 선거 출마에 기겁을 하고, TV·신문·인터넷 등 모든 매체들이 이 사실을 대서특필하자 은비는 금세 유명인사의 반열에 오른다.

쉽게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는 결국 국회 진출에 성공하는 윤락녀 은비의 마지막 모습을 보여준다.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과 사건을 통해 정치에 염증을 느꼈던 관객들은 묘한 카타르시스를 맛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영화 속에선 윤락녀 은비가 결국 국회의원에 당선되지만, 현실 속의 국회는 끝끝내 촬영을 거부해 국회 등원 모습을 ‘월담’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었던 마지막 장면은 여전히 위압적이고 권위적인 정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아나운서 출신 영화배우 1호인 임성민이 고은비의 동료 윤락녀 세영 역으로 출연하며, 가수 남진이 은비와 그 친구들을 돕는 거리의 신부 역을 맡아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지난 88년 이혜영 주연의 ‘사방지’ 이후 14만에 메가폰을 잡은 송경식 감독은 “이번 작품은 정치영화가 아니다”라면서도 “경직된 국회와 혼탁한 우리 정치에 말을 걸고 싶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18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