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테헤란로 썰렁해진다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10 09:13

수정 2014.11.07 18:38


경기침체로 상가와 오피스시장도 얼어붙고 있다.

주택시장에 거래가 사라지고 매물이 쌓이는데 이어 상가는 권리금이 떨어지고 오피스빌딩에도 빈사무실이 늘어나고 있다.

10일 관련 중개업소와 전문가에 따르면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택시장보다 경기변동에 더욱 민감한 상가와 오피스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도심권을 비롯한 강남 테헤란로의 대형오피스빌딩에는 임차인을 구한다는 플랜카드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역삼역 사거리에 있는 아주빌딩은 임차인을 구한다며 지난 1월에 걸어놓은 플랜카드가 아직 붙어있다. 연면적 6900평인 이 빌딩은 현재 2개층 735평이 공실로 남겨져 있지만 2달이 넘게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외국계부동산회사인 CB리처드앨리스 이녹정차장은 “테헤란로변 대형 빌딩은 대부분 1∼2개층 정도는 빈 사무실로 남아 있다”며 “특히 경기변동에 민감한 중소기업이 임대하고 있는 이면도로 중소형 오피스빌딩의 공실률은 더욱 높다”고 밝혔다.

빈사무실이 늘어나고 있지만 건물주들이 제시하는 임대료는 떨어지지 않고 있다. 외국계 투자사들이 구입한 일부 도심권 대형빌딩은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임대료를 소폭 올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공실이 발생한 대부분의 오피스빌딩은 실수자들이 나타나면 가격을 하향 조정하거나 월세 이율을 낮춰주는 등 적극적으로 공실 해소에 나서고 있다.

사무실임대전문 부동산업체인 상지컨설팅 원종빈부장은 “테헤란로변 사무실 임대료는 평당 450만∼500만원선이지만 공실이 장기화되면서 평당 30∼50만원은 하향 조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공실이 늘어나고 실제적인 임대료도 하락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향후 전망이 밝지 않아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부동산투자자문회사 샘스의 원웅재대리는 “임차계획을 취소하거나 임차기간 연장을 하려고 하지 않는 임차인들이 속속 등장해 2·4분기 임대시장은 더욱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상가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상가전문가들에 따르면 통상 구정이후 3∼4월까지의 매출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지만 지금은 수익은 커녕 상가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는 상가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장사가 잘되는 일부 중심상권을 제외하고는 팔려고 내놓은 상가가 중개업소마다 쌓이고 있다. 하지만 선뜻 나서는 임차인들이 없어 권리금이 시간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강남 삼성동 이면도로변에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0만원의 호프집이 권리금 7000만원에 지난해 12월 임대 매물로 나왔지만 아직까지 새 임차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호프집의 경우 지난해만해도 권리금만 1억원 이상을 호가하던 곳이었다.


잠실 신천역부동산 손중호 사장은 “임차할 당시보다 권리금을 30∼40%정도 내려 상가를 임대 매물로 내놓아도 찾는 사람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특히 재건축으로 이주가 시작되고 있는 잠실지역인근 상가는 사태가 훨씬 심각하다”고 밝혔다.

/ courage@fnnews.com 전용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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