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영화 ‘시카고’] 사랑의 춤 배신의 노래, 욕망의 시카고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3.13 09:14

수정 2014.11.07 18:35


뮤지컬 영화 ‘시카고’(감독 롭 마셜)는 사랑과 질투, 그리고 꿈과 욕망에 관한 영화다. 1920년대 미국 쇼비즈니스계를 무대로 펼쳐지는 치정극을 경쾌한 춤과 노래에 담아낸 뮤지컬 영화 ‘시카고’는 지난 75년 초연돼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모두 성공을 거둔 봅 포셔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가 원작. 지난 96년 봅 포셔의 친동생 앤 라인킹에 의해 리바이벌된 뮤지컬 ‘시카고’는 ‘연극의 아카데미상’으로 통하는 토니상 주요 6개 부문상을 휩쓸며 그 건재함을 과시했다.

영화 ‘시카고’는 원작 뮤지컬의 명성과 화려함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하다. 뮤지컬 연출가 겸 안무가 롭 마셜이 메가폰을 잡은 ‘시카고’는 최고급 시설을 갖춘 브로드웨이 극장 R석에서 한 편의 뮤지컬을 감상하는 듯한 벅찬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 골든글로브 작품상과 남녀주연상을 거머쥔 ‘시카고’는 오는 23일 열리는 아카데미영화상 1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려 또 한번의 ‘빅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는 두 발의 총성과 함께 시작된다. 욕망의 방아쇠를 당긴 사람은 시카고 최고의 여배우 벨마 켈리(캐서린 제타존스)와 그녀의 관능을 탐내는 배우 지망생 록시 하트(르네 젤위거). 여동생과 불륜관계를 맺어온 남편을 죽인 벨마와, 자신을 농락한 정부를 우발적으로 살해한 록시는 감옥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두 여자의 질투와 음모는 희대의 변호사 빌리 플린(리처드 기어)이 등장하면서 그 강도를 높여간다. “예수가 나를 만났으면 그렇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떠벌이는 플린은 고액의 수임료를 받고 록시를 시카고 최고의 스타로 만들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고도의 언론 플레이를 통해 그동안 타블로이드 신문의 주인공이었던 뮤지컬 스타 벨마를 밀어내고 그 자리에 죄없는 착한 배우 지망생 록시를 내세우는 것. 스타덤에 이미 올랐던 여자와 스타덤을 꿈꾸는 여자의 위치가 역전되는 순간이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는 두 명의 여배우, 르네 젤위거와 캐서린 제타존스의 열연으로 더욱 빛난다.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이미 여우주연상을 받은 르네 젤위거는 ‘디아워스’의 니콜 키드먼과 함께 가장 강력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며, 르네 젤위거와 함께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캐서린 제타존스는 생애 처음으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노리게 됐다. 특히, 영국 출신의 캐서린 제타존스는 할리우드에 데뷔하기 전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 ‘42번가’라는 작품에 출연하는 등 뮤지컬 배우로서의 경력을 갖고 있어 노래와 춤에서 놀랄만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현실과 팬터지의 교차를 통해 뮤지컬 장면을 보여주는 스토리 구성도 흥미롭다. ‘시카고’는 기존의 뮤지컬 영화들이 그랬던 것처럼 주인공들이 서로 노래를 주고 받는 방식에서 탈피, 화려한 안무와 노래를 배우 지망생 록시의 상상으로 처리하고 있다.
현실 속으로 팬터지가 틈입해오는 것인지, 아니면 팬터지 안에 현실이 끼어드는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두 부분은 교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이러다보니 영화 ‘시카고’에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시카고가 존재한다.
하나는 살인과 욕망이 뒤엉킨 가혹한 현실의 도시 시카고이고, 다른 하나는 톱스타를 꿈꾸는 록시 하트의 상상 속에 펼쳐지는 쾌락과 환상의 도시 시카고다. 15세 이상 관람가. 28일 개봉.

/ 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