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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팡코르] 新이 숨겨놓은 ‘바다위의 천국’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4.24 09:25

수정 2014.11.07 17:54


작열하는 열대의 태양이 천지를 집어삼킬듯 혀를 날름거릴 때 말라카 해협(The Straits of Malacca)으로 항해하던 뱃사람이 잠시 휴식처로 머무르던 곳이 있다. 바로 푸른 바다와 야자숲으로 드리워진 아담한 해변이 줄지어선 팡코르(Pangkor)다. 팡코르는 인도양이 말라카 해협으로 흘러드는 길목인 말레이시아 반도의 북서쪽 페라크주에 위치한다. 고대 말레이어로 Pang Ko는 ‘아름다운 섬’이란 뜻으로, 인류가 찾아낸 또하나의 파라다이스다. 말레이시아의 다른 지역이 급성장한 현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면, 팡코르는 아직 사람의 때가 묻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섬’을 선사한다.

북적거리는 도시생활에 권태로움을 느끼며 마음의 평화를 간구하는 나그네라면, 과거 항해자들의 은신처 팡코르로 떠나보면 어떨까. (편집자주)

사실 팡코르는 동남아 여행을 많이 해본 여행자들에게도 다소 생소한 곳이다. 말레이시아 하면 먼저 쪽빛 바다 위에 초록빛 보석을 뿌려놓은 듯한 랑카위 군도와 고층빌딩이 즐비한 수도 콸라룸푸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동안 외부인에게 공개되기를 꺼려하던 팡코르는 오는 5월 10일까지 열리는 ‘제1회 물축제(Pesta Air)’의 개막식 행사(12일)로 그 자태를 드러냈다.

팡코르는 일년 내내 기후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가 너무나 착한 섬사람들이 산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흔히 여행을 하다보면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고, 술집의 호객행위로 짜증나기 일쑤지만, 인구 1만5000명이 살고 있는 팡코르는 옛고향을 찾은 정겨움이 물씬 풍겨 나온다. 코발트 빛의 눈부신 바다를 자랑하는 근처의 다른 섬에 비해, 팡코르는 크기도 작고 덜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바다가 주는 넉넉한 인정이 있기 때문이다.

◇팡코르의 관광명소=팡코르는 수세기 동안 여행자를 비롯해 해적이나 모험가들이 자주 들르는 바다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한때는 네덜란드인들이 통치하기도 했으나 다행히 전쟁의 피해를 망각한 듯 자연의 경이로움이 손상되지 않은 채 남아 있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경건한 느낌을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특히 세월이 흐르는 동안 과거의 혼란했던 기억을 모두 잊고 조용한 어촌의 모습이 한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진다.

팡코르는 동부 해안을 따라 원주민 어부들이 오징어와 멸치를 잡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그러나 팡코르의 진짜 명소는 서부 해안을 따라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변가다. 백사장과 열대의 환경에 둘러싸여 반짝이는 ‘판타이 푸테리 드위(황금 모래)’ 또는 글자 그대로 ‘사랑스런 공주의 해변’은 연인과 손잡은 채 왕자와 공주로 변신하여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팡코르에서 과거의 역사를 느껴보고 싶은 사람은 네덜란드 요새인 텔룩 게둥으로 발길을 옮겨야 한다. 1670년에 건축된 텔룩 게둥은 해적들과 현지 말레이시아 사람들을 막기 위한 네덜란드 요새였는데, 팡글리마 쿠룹과 그 일당의 잔혹한 침략이 있기까지 존속했었다. 이 성채는 1743년에 복구되어 네덜란드 군인들의 수비대로 사용됐으나, 오늘날에는 단지 주춧돌과 큰 바위에 남은 조각들이 군인들의 흔적을 말해주고 있을 뿐이다.

팡코르에서 가장 매력적인 곳을 꼽으라면 단연 팡코르 라웃 리조트가 수위를 차지한다. 풀라우 팡코르의 본 섬 앞 바다에 둥둥 떠있는 팡코르 라웃 리조트는 말레이시아의 가장 국제적인 리조트이면서도 사람의 손이 거의 닿지 않아 훼손되지 않은 천연 그대로의 섬이다. 말라카 해협의 이국적인 주변 환경 속에 자리하고 있는 이 곳은 영국 ‘콘데 네이스트 트레벌러 매거진’이 세계 최고의 섬 리조트 두 곳 가운데 한 곳으로 선정할 정도로 유명하다.

팡코르 라웃 리조트는 90개의 소박한 해변 방갈로로부터 시작되며, 리조트는 2개의 독특한 개성을 가진 아름다운 로얄 베이와 에머럴드 베이로 둘러싸여 있는 게 특징. 물 위에서, 해변에서, 숲이 우거진 언덕 위에서, 어디에서 체류하던지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는 안락함과 편안함을 만끽할 수 있다.

그러나 조용하고 외딴 후미진 만이나 인적이 닿지 않은 바닷가를 찾는다면 토 토이스만, 텔룩 니파, 텔룩 달람, 그리고 텔룩 켐패닥 등지로 발길을 돌려도 좋을 듯하다. 이 곳에서는 수영을 즐기든, 아니면 일광욕을 즐기든, 수풀로 둘러싸여 완벽한 사생활을 보호해준다. 게다가 해양공원 텔룩 니파는 스노클링과 다이빙에 이상적인 장소로 손꼽히며, 판 퍼시픽호텔은 스노클링, 워터 스쿠터, 수상스키, 파라 세일링, 윈드 스핑을 즐길 수 있다.

◇숙박시설=이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저렴한 방갈로에서부터 고급스러운 호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숙박시설이 있다. 이중 루뭇에서 페리선으로 30분 정도가면 ‘판 퍼시픽호텔’이 나오는데, 앞은 푸른 바다를 마주하고 있고 뒤로는 어머니의 품 같은 아름다운 산자락이 자리하고 있다.

새들이 수영장과 해변의 야자수 나무에 날아와 노래를 부르고, 심지어 정면이 탁트인 식당에까지 찾아와 나그네를 반긴다. 아늑한 분위기가 매력적인데, 허니문보다는 가족단위 관광객들의 숙박지로 안성맞춤이다.

허니문을 즐기고 싶은 신혼부부라면 다소 값비싼 팡코르 라웃 리조트를 추천한다.
세기의 쓰리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팡코르 라웃 리조트를 찾아 노래를 불렀다고 하니 그곳에서 클래식의 선율에 빠져보는 것도 또하나의 즐거움이 될테니까.

◇관광정보=서울에서 콸라룸푸르까지는 비행기로 약 5시간3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콸라룸푸르에서 루뭇까지는 경비행기가 여러편 운항되며, 약 1시간 소요. 그러나 시골의 정취를 맛보고 싶다면 경비행기보다는 버스편으로 4시간 달리면 목적지까지 닿는다.
그리고 루뭇에서 팡코르까지는 1시간 45분간격으로 페리가 운항되며, 소요시간은 약 30분이다.

/팡코르= noja@fnnews.com 노정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