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영(마거릿 대처 지음/경영정신)
지난 79년 영국은 암울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안으로는 심각한 인플레 현상과 강성 노조의 파업, 밖으로는 포클랜드 전쟁으로 인해 경제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그에 따른 대외 신인도도 크게 하락했다. 이 암울한 영국을 이끌어갈 사람은 최초의 여성 수상 마거릿 대처였다. 대처는 영국의 고질적인 병을 고치기 위해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하지만 당시 대처의 이러한 개혁 정책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대처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지지도는 역대 수상들 중에서 최하위를 기록했고, 당시 집권당인 보수당 내에서 조차도 수상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처는 그런 반발에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처가 도입한 개혁의 중심은 국가중심의 긴축재정이었다. 여기에는 과감한 사유화와 노조의 해체, 교육 및 의료 서비스 등 공공분야에 대한 대폭적인 국고지원 삭감 등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획기적인 정책 추진과 독단적인 정부 운영 방식을 기반으로 영국은 경제부흥에 성공할 수 있었다. 대처는 초기의 격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세 번 연임하는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총리직을 수행했고 ‘철의 여인’이라는 명예로운 호칭도 받게 되었다.
마거릿 대처가 저술한 ‘국가경영’은 국가 경영의 강력한 원칙과 리더십에 관한 책이다. 이 책에서 대처는 자신의 정치적 경험을 바탕으로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 세계화 대 반세계화, 민족주의 대 국제주의 등에 관한 원칙적인 접근 방식을 토로한다. 또한 지난 시절 냉전이 남긴 교훈을 되돌아보며 미국이 현재의 초강대국 지위를 점하게 된 근원적인 이유를 분석하고,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역할과 임무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논의를 펼치고 있다.
대처는 ‘자본이 유동적으로 움직이고, 시장이 국제적으로 통합되고, 즉각적인 통신이 이루어지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는 과거의 국가통제주의자들이 선호하던 세상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서두에서 밝히고 오늘날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영국 정통 보수주의의 입장을 보여준다.
이 책에서 우리는 대처의 기본적인 정책 원칙을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국가가 국민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로 첫째 오로지 국가만이 법적인 틀을 세울 수 있고, 둘째 국가야말로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으며, 셋째 오로지 국가만이 합법적인 강제력, 즉 국내에서 범죄를 억제하고 국외의 위협에 맞서 안전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힘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한다.
대처는 이러한 강제력은 국가가 결코 포기할 수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 되는 기능이라고 역설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다소 보수적인 대처의 원칙과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대해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영국 보수주의 정치의 핵심과 국제 정치의 현실적인 원칙을 살펴봄으로써, 진보와 보수의 경계와 기준이 모호한 한국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jochoi@bookcosmos.com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