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신용카드

카드사 부실채권 3조…외국자본에 헐값매각

조영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1 09:27

수정 2014.11.07 17:49


신용카드사들이 올해 들어서만 상각채권 3조원가량을 외국계 자본에 헐값으로 매각, 국부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

카드사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는 ‘적기시정조치’를 모면하기 위해 상각채권(장기 연체채권)을 장부가격의 20%에도 못미치는 헐값으로 외국자본에 넘기고 있는 것이다. 외환위기 직후 외국자본을 대상으로 한 금융기관과 부동산의 대바겐세일이 3∼4년만에 카드분야에서 재연된 느낌이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중인 전업신용카드들이 올 1·4분기중 론스타와 살로만스미스바니 등 외국계 기업에 매각한 상각채권은 모두 2조3966억원(장부가 기준)이다. 은행계 카드사들의 매각분까지 감안하면 외국계 자본에 넘겨진 상각채권 규모는 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카드사별로는 삼성카드와 외환카드가 최근 각각 8500억원과 3706억원어치의 상각채권을 미국계 펀드인 론스타에 매각했으며 우리카드도 4310억원어치의 상각채권을 론스타에 넘겼다.
국민카드는 지난 2월 살로만스미스바니에 7450억원을 팔아치웠다. 매각된 금액이 장부가의 10∼2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국내 카드사들이 손에 쥔 돈은 4000억원이 안될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여러 외국계 자본이 카드대란을 이용, 거액의 차익을 남기기 위해 국내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이같은 국부유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계 자본 이외에 자산관리공사(캠코)도 카드사 부실채권을 매입했다. 캠코는 지난달 LG카드의 상각채권 5219억원어치를 매입했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각한 것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를 피하기 위해서다. 연체된 채권을 상각처리할 경우 연체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
또 상각된 채권을 매각하게 되면 카드사는 대손상각채권 처분이익을 얻게 된다. 외국계 자본으로 넘어간 채권은 모두 대손충당금을 쌓은 상태이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한푼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앞다퉈 내다팔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실채권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를 피하기 위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어쩔 수 없이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fncho@fnnews.com 조영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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