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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포항제철소를 가다] 105m 고로에선 쇳물 끓고…

이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5 09:28

수정 2014.11.07 17:47


‘자원(資源)은 유한(有限), 창의(創意)는 무한(無限).’

포항공항에서 2㎞ 남짓한 곳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넓은 공장문이 있다. 그 문위에는 영일만 개펄을 일궈 기적을 만들어낸 강철 포스코인들의 개척정신이 엿보이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걸려있다. 공장입구 홍보센터의 전망대에서 제철소 전경을 바라봤다. 부지의 크기도 크기지만 높다랗게 솟아오른 굴뚝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공장사이의 도로들이 한눈에 넣기에 힘들 정도였다. 의도의 3배가 넘는 270만평의 부지에 3�V의 복토를 통해 공단으로 조성했다는 게 안내를 담당한 윤석만 전무의 설명이다.

윤석만 전무는 “제철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흔히 두번 놀란다”며 “첫번째는 공장의 규모에 놀라고 두번째는 엄청나게 큰 규모의 공장 내부에 사람을 찾아 볼 수 없어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모든 공정이 최신식 설비로 자동화돼 있어 공장내부는 사람의 그림자를 찾아보기 힘들다. 기계 이상 유무를 점검하는 감독자 한 두명만이 라인 사이를 분주하게 오갈 뿐이다.

철광석과 석회석, 코크스 등의 원재료를 녹여 소위 ‘쇳물’(선철)을 뽑아내는 제선공장 제4고로(高爐). 105m가 넘는 고로에서 뿜어대는 시뻘건 쇳물의 열기가 얼굴에 ‘화끈’하고 와 닿는다.

현장에서 조업중이던 정승묵 대리는 “4조3교대로 주야없이 풀가동하고 있는데 보수를 위한 날을 제외하고는 고로의 불을 끄는 일은 절대 없다”며 “특히 최근에는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목표 생산량을 매일 초과하고 있을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제철소의 꽃’이라 불리는 제강공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제선공장 입구에서는 이곳에서 생산된 쇳물을 싣고 제강공장으로 운반하기 위해 토피도(어뢰차)라 불리는 운송차들이 줄지어 대기 중이다.

제강공장에서 만난 민경준 2열연 공장장은 “선철은 강도가 너무 강해 압연 등의 성형작업에 적합하지 않다”며 “선철을 전로(轉爐)에 넣어 적정의 고철을 장입한 후 고속으로 산소를 불어넣으면 탄소성분이 제거되면서 비로소 강(鋼)으로 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선공장 내 오퍼레이팅실에서는 4명의 직원들이 천장에 붙은 모니터에 열중해 있다. 마치 얼어붙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는 모양새가 이상해 민공장장에게 물어봤다. 민공장장은 “취련사들인데 불꽃의 색깔만 보고도 선철 속에 융해된 탄소 및 기타 성분의 함량을 한눈에 알아본다”고 설명했다.

제2제강공장 이동렬 과장은 “15년째 이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전로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의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전로 속으로 뛰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꼈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생산된 중간재를 용도에 따라 각각 열연과 냉연 처리를 해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는 압연공정. 김석래 제2후판 공장장은 “제선이 논에 모를 심어 벼를 키우는 과정, 제강이 벼를 수확해 탈곡하는 과정이라면 압연은 그 쌀을 가지고 밥을 짓거나 떡을 만드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공장장은 적재장에 쌓여있는 핫코일들을 가리키며 “중간재인 슬래브 상태에서 열연코일로 만들어져 출하될 때까지 평균 5일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성수기”라며 “불경기라고 하지만 안에만 있다보면 그런 말들이 무색할 정도”라고 웃으며 말했다.


가슴 속에 항상 시뻘겋게 불을 지피며 사는 포스코인들. 그들이 내쉬는 거친 호흡과 거대 제철소가 뿜어내는 후끈한 열기로 차가운 영일만의 밤 바닷물은 그렇게 데워지고 있었다.

/ newsleade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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