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세계 반도체업계 거센 구조조정] 美마이크론 10% 감원나서

윤경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5 09:29

수정 2014.11.07 17:47


세계 반도체시장이 추락하는 D램가격 때문에 ‘제2의 빅뱅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 2위인 마이크론과 3위업체인 인피니온은 이미 제조원가를 위협받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적자로 벼랑으로 내몰리고 있다. 또 일본의 히타치, NEC 등은 원가경쟁력을 상실한 채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하이닉스 등도 하락하는 반도체 가격으로 치명상을 입고 있다.

이에따라 세계 반도체 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감원 등 인력구조조정은 물론 신규사업 포기 등 사업구조조정까지 단행하고 있다.
또 대규모 비용감축을 통한 원가절감운동도 벌이고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대다수 반도체업체들의 DDR 256메가 D램제품의 제조원가는 5∼6달러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탄탄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삼성전자 정도만이 유일하게 4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은 물론 삼성전자조차 가격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시장 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DDR 256메가 D램의 평균가격이 1달러 하락할 경우 업체들의 영업이익은 1조원 정도(1년기준) 줄어들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럴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60억달러의 현금을 보유한 삼성전자나 19억달러를 보유한 인피니온은 물론이고 6억5000만달러인 마이크론, 2억5000만달러씩 보유한 난야와 윈본드를 비롯해 현금보유액이 3000만달러에 불과한 하이닉스 등 대다수 업체들은 모두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감원으로 비용절감=이처럼 사태가 심각해지자 세계 2위의 D램 생산업체 마이크론이 전체 직원 중 10%의 감원계획을 발표했다. 2000명가량의 직원을 줄여 비용절감에 따른 생산단가 인하를 유도하고 더 나아가 절감된 비용을 차세대 투자에 사용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독일의 인피니온도 본사 해외 이전과 인력 구조조정 등 대대적인 비용 감축에 돌입했다. 인피니온은 스위스로 본사를 이전하고 직원을 감축할 경우 5억유로에 달하는 비용 감축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히타치는 반도체 경기침체에 관한 대응조치로 전체 근로자의 6%를 감원했다. 도시바 역시 1만8800명을 감원할 예정이다. 또 도시바는 메모리사업 중단을 결정하고, 후지쓰는 12개의 생산라인을 9개로 축소하기로 했다. 대만의 모젤 비텔릭은 시장변동성이 심한 D램 제품이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D램 사업을 완전 포기하는 등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감산은 ‘마지막 카드’=이처럼 최악의 어려움을 겪는 반도체업체들이지만 감원 등 구조조정은 단행하지만 감산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

 반도체 빅딜 이후 수년째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어온 하이닉스조차도 올해 감원 등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할 계획은 있지만 감산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물론 마이크론과 인피니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처럼 세계의 모든 D램 제조업체들은 감산이 아닌 비용절감으로 난국을 헤쳐나간다는 전략이다. 수급조절을 목적으로 감산에 나설 경우 시장 선두권 업체와의 격차는 더욱 심화돼 경쟁력을 영원히 상실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감산은 최후의 카드로 아껴두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감산이 수급개선효과를 낼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지만 업계의 감산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며 “그러나 고강도 구조조정은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 pch7850@fnnews.com 박찬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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