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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석형칼럼] 자본주의 발전과 형평성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해진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쓴 ‘바다의 도시 이야기’라는 소설이 있다. 여기서 바다의 도시는 이탈리아에 있는 ‘베네치아’를 말한다. 베네치아가 과거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도시국가로서 융성했던 시대의 이야기다. 당시 베네치아는 로마에도 예속되지 않은 독립국가로서 세계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베네치아가 1000년 동안이나 세계상업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었던 근본 원인은 베네치아 시민들의 기업에 대한 사랑이 매우 컸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시민이나 통치자들 모두 무역에 종사하는 기업을 위해 일을 한 셈이다. 베네치아가 세계무역의 중심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모든 법과 제도가 지원해 줬다. 베네치아의 통치자까지 무역업무에 대한 경험이 풍부하고 또 앞으로도 무역업무를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고 있을까. 최근 어느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반기업 정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 3개국을 비교해봐도 한국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한국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가 높은 데는 기업들의 책임이 크다. 부당내부거래나 탈법상속 등 기업들이 부도덕한 행동을 하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는 면도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의 좀더 심층적인 원인은 사회적 효율성보다 형평성을 중시하는 국민정서에서 비롯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이윤추구 행위보다는 사회적 책임을 더 요구하는 국민정서 탓이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은 사회적 책임보다는 이윤추구를 통해 기업 스스로의 생명력을 튼튼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역할이다. 자유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국가에 대한 책임보다 개인 자신의 행복추구가 먼저인 것과 같다. 기업은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비용은 최소화하고 효과는 최대화시키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비효율적인 것은 배제되고 효율성이 높은 조직체로 변신하게 된다. 그 결과 지금까지 인류가 오랫동안 생산활동에 종사해왔지만 기업에 의한 생산활동이 가장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형평성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국민정서가 보편화되는 것은 경제적 발전을 위해서는 득보다는 실이 많다. 형평성을 중시하다 보면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국제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요즈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곧 경쟁력을 잃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력을 잃으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는 형평성이 지나치게 강조돼 효율성이 많이 떨어지고 사회적 발전에 지장을 주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2개 있다. 하나는 노동시장이고, 다른 하나는 교육현장이다. 노동시장은 노동조합에 의해 임금교섭이 이뤄지고 임금교섭이 이뤄질 때마다 파업이라는 극한 상황까지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근 노동조합은 기업경영자의 고유권한으로 인정된 경영과 인사까지 참여하려고 해 갈등을 빚고 있다.

그러나 형평성이란 기회를 누구에게나 똑같이 준다는 기회의 형평성이 강조돼야지 능력과 실력의 차이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형평성은 기업의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린다. 실적에 따르는 성과급이 정착된 선진국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점점 축소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우리 스스로의 생존이 어려운 시기에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기 위해서도 형평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노동조합의 운동방향은 효율성을 높이는 쪽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현장도 형평성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있다. 아직도 대도시의 고등학교 평준화제도가 시행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교육현장에서의 형평성 강조가 우리나라 사회전반을 효율성보다 형평성을 중시하는 사회로 만들고 있는 측면도 강하다.

형평성을 중시하는 교육으로는 미래의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 힘들다. 능력과 실력차이를 인정하는 경쟁원리가 교육에도 조속히 정착돼야 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있는 교육이 이뤄지고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민정서가 형성된다. 그리고 기업을 사랑하는 국민정서로 연결될 수 있다.

유럽경제가 미국경제보다 활력이 떨어지는 원인도 따지고 보면 유럽권이 미국보다 형평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데서 찾을 수 있다. 유럽지역의 노동조합이 미국보다 형평성을 강조해 기업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 유럽경제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형평성보다는 효율성을 중시하는 국민정서가 필요하다. 그리고 생산활동을 가장 효율성 있게 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을 사랑하는 국민정서가 하루속히 형성돼야 할 것이다. 기업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결국은 우리 개개인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유석형 논설실장·경제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