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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산반도 내·변·산] 폭포 소리 듣자면 사랑歌 절로 흥얼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8 09:29

수정 2014.11.07 17:44


산과 들이 온통 초록빛이다. 온화한 날씨에 등산하기 딱 좋은 푸르른 5월. 초여름에 오르는 산행은 심신을 수련하는 ‘나홀로 등산’ 보다는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일행이 돼 산세를 감상하며 즐기는 것이 어울린다.

주위에 등산을 좋아하는 친구가 없다면 동호회를 찾아보자. 온·오프라인에서 등산동호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등산만 하는 것이 성에 안찬다면 나의 반쪽도 함께 찾아보자. 등산동호회 다음카페 ‘싱글친구3040’(cafe.daum.net/sing3040) 회원들이 지난 주말 전라북도 변산반도를 찾아 ‘와인파티’를 열었다.

산이 좋아 하나로 뭉친 싱글친구 회원들 40여명과 전북 부안군에 자리한 내변산 산행에 나섰다. 서울에서 3시간 30분이면 닿는 거리지만 어린이날을 낀 황금연휴로 도로가 꽉 막혔다.
애초에 계획한 11시 입산은 틀린 터. 카페 운영진의 사회로 자기소개의 시간을 갖으며 회원들 서로간의 얼굴 익히기가 바쁘다.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일에 몰두하다보니 ‘혼기’를 놓친 당당한 싱글들이 대부분이다. 평일에는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주말이면 이렇게 모여 산행을 한다. 땀을 흘리며 산 정상에 오르다 보면 자연스레 커플도 생기는 법. 결혼한 커플이 2쌍, 공개적으로 연인선언을 한 커플은 3쌍이다. 전문산악클럽이 아니기 때문에 초보들도 부담없이 참가할 수 있다. 내변산에 오르기전 전나무터널로 유명한 내소사 입구 공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학창시절로 돌아가 소풍을 온 듯 즐겁다.

내소사의 일주문을 들어서기 전 절 안 할아버지 당산과 한 짝을 이룬다는 할머니 당산(일주문 오른쪽)의 위용을 먼저 감상하자. 일단 일주문을 들어서면 천왕문에 이르기까지 600m 가량의 전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올곧게 하늘로 뻗은 전나무 사이로 난 황톳길을 걸으면 사시사철 푸른 침엽수가 뿜어내는 청신한 향기에 속 시끄러웠던 도시의 번뇌를 잊게 한다. 빨리 걷기가 아까울 만큼 기분을 좋게 하는 길이다.

사천왕상이 있는 천왕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암벽으로 된 산봉우리가 병풍처럼 뒤를 둘러싸고 있다.절안에 들어서면 1000년된 거대하고 품격있는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 마을의 할아버지 당산으로 당산나무가 절 안으로 들어온 드문 예 중 하나로 눈길을 끈다. 이밖에 고려 시대의 동종이 걸린 범종각과 봉래루, 대웅보전, 3층 석탑 등은 꼭 둘러봐야 한다. 대웅보전은 못을 쓰지 않고 나무의 이음새를 맞춰 지은 건축물로 특히 연꽃과 국화꽃으로 가득 수놓인 화사한 꽃밭을 연상케 할 만큼 정교하고 단아한 꽃살문이 돋보인다.

내소사를 나와 내변산 등산에 나섰다. 목표는 ‘부안3절(扶安三絶)’로 불리는 직소폭포까지다. 내변산 사자동 매표소에서 왕복 1시간 20분 정도 걸리는데 가파른 경사가 없는 평탄한 길인데다 깊 양옆에 아기자기한 계곡도 흐르고 이름모를 꽃도 피어나 산책삼아 다녀오기 좋은 코스다. 물소리가 점점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보일 듯 보일 듯 좀처럼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더니 울창한 수풀사이로 조금씩 그 위용이 드러난다. 폭포 아래까지 다가가서 위를 올려다 보면 높이 30m의 암벽단애 사이로 흰 포말을 일으키며 쉴새없이 세찬 물줄기를 내려 쏟는 모습이 건너편에 나무로 만든 관람대에서 내려다보는 절경과는 또다른 감흥을 준다.

하산은 금방이다. 상록해수욕장에서 기다리는 갈매기와 파도소리, 와인과 숯불구이 생각에 모두 발에 날개를 단듯하다.

변산면 도청리 두포마을 앞에 위치하고 있는 상록해수욕장은 온통 번쩍번쩍한 네온사인과 자동차 불빛이 가득한 유원지로 변한 해수욕장과는 달랐다. 해변가 고운 모래사장에는 어망과 작은 보트들이 즐비했고 ‘∼잉’으로 끝나는 구수한 사투리를 구사하는 동네 어르신들도 계셨다.

해변가 한켠에 자리한 ‘싱글 와인파티’장소. 이름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파도치는 소리와 잔잔한 라이브 통기타 소리가 운치를 더해 낭만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바닷가에서 즐기는 와인맛이 달콤하다. 이태리산 리유니트 도로 와인의 진하고 감미로운 향이 입안가득 퍼질 무렵 캠프화이어가 시작된다.
장작을 피워 즉석에서 만들어진 숯에 구워 먹는 숯불구이의 담백한 맛은 둘이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정도다.

#찾아가는길=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부안으로 접어든 후 30번 국도를 타고 가다 변산, 격포, 모항을 지나 진서면 석포리 삼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내소사다.
부안에서 격포 방향으로 37km 정도 달리면 오른편이 상록해수욕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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