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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카드] “형사도 칼앞에선 떱니다”


“나는 대한민국 형사다.”

영화 ‘약속’ 이후 4년만에 김유진 감독이 새로운 형사영화 ‘와일드 카드’(제작 씨앤필름 유진E&C)를 들고 나왔다. 김유진 감독이 형사영화를 만든 배경은 다소 재밌다.

“조폭 영화 붐에 힘입어 ‘약속’도 흥행대열에 합류했죠. 하지만 조폭 영화가 인기를 끌자 고등학생들의 장래희망 1위가 ‘조폭’이라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그래서 다음엔 형사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어요.”

‘와일드 카드’는 MBC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로 주목받은 탤런트 양동근이 맡은 강력반 신참 방제수와 영화 ‘달마야 놀자’에서 중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낸 정진영이 맡은 불도저 형사 오영달이 한팀을 이뤄 범인 잡기에 나선다는 내용. 이 영화는 줄곧 ‘퍽치기’ 4인조의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아리랑 치기’는 술 취해 있는 사람들을 상대로 금품을 터는 반면, ‘퍽치기’는 늦은 밤, 한적한 곳을 지나가는 멀쩡한 사람들을 흉기로 쳐서 죽인 후 금품을 갈취하는 악질 범죄다.

93년, 본격적인 형사 영화의 서막을 연 ‘투캅스’ 이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공의 적’ 최근의 ‘살인의 추억’에 이르기까지 영화에 비춰진 형사는 다소 코믹하거나 냉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 비춰지는 형사는 단지 한 명의 인간일 뿐이다. 김감독은 보통 형사들의 내면 이야기를 끄집어내기 위해 200여명에 가까운 형사들을 직접 만났고 그가 만난 형사들의 체취는 영화 속에 가득 묻어난다.

영화 속의 형사들은 사건 앞에서 분노하기도 하는 등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한껏 드러낸다.

강력반 고참 형사인 장칠순(김명국)은 몇 년전 범인을 쫓다 다리에 칼을 맞은 이후로 칼만 보면 손이 부들부들 떨린 정도로 공포심를 가지고 있다. 보통 영화에서 칼을 든 범인과 멋지게 싸우는 형사를 생각하다간 큰 코 다치기 쉽다. 칠순은 결국 칼을 대로 못쓰는 범인을 만나서도 그 자리에 얼어붙어버린다.

범인과의 대화에서도 인간일 수 밖에 없는 형사의 모습은 드러난다. 좋아하는 여자의 뒤를 좇가는 상황에서 제수는 소매치기 일당을 발견한다. 그들을 검거하려는 순간 범인은 사시미칼을 제수의 배에 들이댄다. 그리고 범인들은 “민주경찰의 배는 철판이냐”며 제수를 놀린다.

물론 범인 취조에 인간적인 면을 사용할 때도 있다.

범인을 취조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그의 집안 사정을 꿰뚫은 다음, 눈물을 짜게 만드는 것이다. “집이 가난해서 큰아버지 집에 맡겼는데, 결국 누나가 암에 걸려 죽었다.” 구구절절 늘어놓는 사연에 결국 범인은 눈물을 흘리게 된다.

이 영화의 곳곳에는 코믹한 코드도 몇 가지 첨부됐다. 제수와 영달은 ‘퍽치기’ 범인을 잡기위해 조폭들을 이용한다.
퍽치기의 대부이자 리듬안마시술소 대표인 도상춘의 내시같은 모습은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또 감식반 강나나(한채영)과 제수의 로맨스도 양념으로 곁들여진다.

인간적인 형사를 보여준 ‘와일드 카드’가 최근 충무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살인의 추억’과 함께 흥행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18세 이상 관람가. 16일 개봉.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