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투기대책 외면한 청약 열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8 09:29

수정 2014.11.07 17:44


서울 강남구 도곡주공 1차 아파트 43평형의 청약 경쟁률이 4795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서울지역의 동시분양제도가 시행된 이래 최고의 경쟁률이다. 최근 들어 서울 강남 일부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등 정부가 의욕적으로 펼친 강력한 투기대책이 사실상 빛을 잃게 되었다.

정부의 투기대책이 이처럼 철저하게 외면당하고 있는 것은 정책 자체가 현실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있겠으나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의 구조적 문제와 경제상황이 투기를 부추기는 쪽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아파트 가격의 급등과 동시분양 경쟁률이 사상 최고를 기록하게 만든 중심에 자리하고 있는 재개발 또는 재건축이 현재의 방식대로 이루어진다면 아파트 가격의 급등은 막을 수가 없으며 따라서 부동산투기 역시 진정시키기가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현행 재건축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재건축 비용의 대부분을 신규 분양으로 충당시키는 데 있다.
안전 등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살고 있는 주택을 헐고 재건축하려면 그 비용은 당연히 기존 소유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현행 재건축은 신규 분양가를 경쟁적으로 높여 재건축 비용의 대부분을 충당하는 한편으로 재건축에 따른 ‘개발이익’은 기존 소유자가 거의 독점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따라서 재건축 아파트가 있는 한 이른바 ‘묻지 마’ 투자는 막을 길이 없다. 서울 강남지역의 분양권 프리미엄이 후발업체의 분양가에 따라 시차를 두고 높게 형성되어 주변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런 재건축 행태를 그대로 두고는 아파트 가격의 급상승과 부동산투기를 잡을 수 없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한 것이다.
더군다나 경기 진작책으로 추경예산 편성 방침이 굳어진 가운데 금리인하론이 제기되고 있음을 생각할 때 아파트 가격 급등과 부동산투기는 더욱 가열될 개연성이 있다. 또 360조원에 이르고 있는 시중 단기 부동자금 역시 부동산 시장의 변수가 된다.
따라서 아파트 가격 안정과 부동산투기를 막자면 재건축 제도의 개선을 비롯하여 장단기적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새로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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