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건설

건설업체 ‘층간소음 배상’ 비상

이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8 09:29

수정 2014.11.07 17:44


‘아파트 층간소음은 건축주의 책임으로 보수비용을 배상하라’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이 나온후 주택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이 결정으로 인해 앞으로 유사사례에 대한 입주자들의 조정 신청은 물론 소송 등 다양한 분쟁이 예상된다. 따라서 주택업체들은 집단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는 등 큰 파장이 예상된다.

8일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따르면 아파트 층간소음 관련 조정신청 건수가 총 123건으로 이중 57건이 건축주를 피신청인으로 접수한 건수다. 123건 중 29건만 재정 및 합의가 이뤄졌으며 75건은 조정이 진행중이다.

◇ 업계 비상=업계는 일단 조정위가 배상판결 토록 함에 따라 상당수가 배상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차상곤 아파트 주거문화개선 시민운동본부 사무국장은 “이번 배상 판결은 층간소음에 대한 책임이 건축주에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는데서 입주자들의 권리찾기운동이 진일보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580만가구에 이르는 공동주택의 53%가 정부가 정한 바닥충격음 규제기준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유사한 배상신청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일단 크게 반발하면서 공동대응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아직 층간소음 규제기준에 대한 법규 시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과거 건립된 기존주택에까지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의 김홍배전무는 “조정위의 배상판결로 입주자들과 시공사들간에 혼란과 마찰이 심화될 것”이라면서 “이번 결정은 층간소음 규제가 법규적으로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지어진 건축물에 무리하게 적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업계가 이번 결정에 대해 공동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주택협회측도 즉각적인 검토작업을 벌여 업계의 의견을 취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협회의 김종철부회장은 “이번 결정은 아직 층간소음 기준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시공자에게 지우는 것”이면서 “업계의 의견을 듣는대로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사 분쟁 늘어날 듯=첫 배상결정의 대상자인 W산업개발측도 즉각 이의제기를 위한 법률적인 검토작업을 벌이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W산업개발측은 “이미 준공검사가 난 상태인데다 입주가 오래된 건물에 대해 시공상의 책임을 진다는 것은 무리”라면서 “입주자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어 이의제기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W산업개발측은 이의제기에도 불구하고 배상이 최종 확정될 경우 조정을 신청하지 않은 주택소유자들까지 포함해 수십억원을 물게 된 판국이다.

이에 대해 신창현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장은 “이번 결정에 앞서 다각적이면서 과학적인 실증을 거쳐서 내린 결정”이라면서 “이는 충분히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구조로 건축을 해야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또 “W산업개발의 A아파트는 피해사례를 판단 기준으로하는 위원회의 입장에서 하자보수의 기준이 되느냐 아니냐를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조정위측에서는 A아파트의 층간소음 문제는 하자보수를 해야할 사항으로 판단됐기 때문에 결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주택업체들은 이번 결정에 대해 몹시 놀랐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많은 입주자들이 소송 등을 제기해올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앞으로 층간소음을 소홀히 한 업체들은 생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건설의 한 관계자는 “쌍용의 경우 그동은 사운드제로공법이라는 독특한 소음차단공법을 실시해 그동안 층간소음을 바로 잡기 위한 노력을 진행한 때문에 큰 분쟁은 없을 것”이라면서 “입주자들의 분쟁신청이 늘어날 경우 사회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 주택업계 기술개발 박차=주택업체는 이번 결정으로 비상이 걸렸다. 삼성·대우·대림산업 등 대형업체들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공법을 운용하고 나름대로 신소재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여온 탓에 새로운 층간소음 기준(경량충격음 58데시빌, 중량충격음 50데시빌)이 적용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기준은 오는 2004년부터 새롭게 적용된다.

그러나 중소주택업체들은 기술력이 부족한 것으로 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때문에 기술개발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소음을 줄일 수 있는 신소재 개발, 소재의 표준화, 바닥표준구조화 등 앞으로 문제가 산적해 있다.

일단 층간소음을 새 기준에 맞추려면 아파트 바닥이 현재의 130∼180mm에서 20mm 가량 두꺼워져야 한다. 이로 인해 32평형 기준으로 150만∼200만원 가량의 공사비 인상요인이 발생한다. 그러나 층간소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바닥 두께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때문에 단열완충재, 천장재, 마감재 등을 적용하는 바닥표준구조화가 이뤄져야한다는 주장이다.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의 김하근 박사는 “바닥두께를 늘리는 것으로 어느 정도 층간소음의 해소가 가능하겠지만 완전하다고 할 순 없다”면서 “확실한 개선을 위해서는 각종 소재 개발이 병행되는 것은 물론 마감재 적용의 표준구조화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단 새로운 기준안은 현재 제기되는 민원 해소는 대부분 해결될 수 있으나 단기적인 대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번 배상결정으로 업계는 다양한 민원에도 대응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는 한편 기술개발이라는 문제에 직면한 상황이다.
앞으로 층간소음에 대한 건설업계의 대응이 주목된다.

/ leegs@fnnews.com 이규성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