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섬에서] 인재가 경쟁력이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9 09:30

수정 2014.11.07 17:44


요즘 정보통신부는 우리나라를 먹여살릴 차세대 성장엔진 발굴·육성에 바쁘다. 산업자원부나 과기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 부처는 제각기 정보기술(IT) 분야나 연구개발(R&D) 등의 정책을 펼쳐본 경험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휴대폰의 뒤를 이을 수출효자 품목 육성전략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기술력 강화를 통한 국부증대에 반대할 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더욱이 세계적으로 성공한 IT업체나 제조업체의 경우 탁월한 기술인재가 가공할 ‘성장엔진’을 창조해 낸 사례가 많다.


반도체기업인 인텔이 지난 90년대 초 세계 최강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회사 연구원 후지오 마쓰오카의 플래시 메모리(전원을 꺼도 기억상태를 유지) 개발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그는 원래 도시바에서 일했지만 자기 개발품을 인정받지 못하자, 인텔로 옮겨 제품 상용화에 성공했고 그가 만들어낸 성공의 과실로 인텔을 정상의 반열에 올려놨다.

지난 70∼80년대 세계시장을 주름잡던 전자메이커 소니도 기하라 노부토시라는 걸출한 기술인재가 일궈놓은 성과가 도약의 밑거름이 됐다고 한다. 소니는 그가 다져놓은 기반 위에서 자기테이프를 시작으로 테이프레코더, 트랜지스터 라디오, VTR 등의 첨단제품을 줄줄이 내놓으며 세계를 휩쓸 수 있었다.

내로라하는 다국적기업의 경우 이처럼 기술과 인재를 중시하다 보니 경영층엔 엔지니어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떤가. 대학 진학생은 이공계를 기피하고 기업의 소중한 자원인 연구인력은 IMF 위기를 전후해 구조조정의 1순위로 오르내렸다. 게다가 창의력을 중시하는 장기 프로젝트보다는 단기 프로젝트가 연구원들의 목을 죈다.
여전히 일할 여력이 있는 중장년층의 고급 두뇌와 창의력 넘치는 젊은이들 가운데 실업자가 수두룩 한 실정이다.

인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육성해 나갈 방법이 선행되지 못한다면 미래 성장엔진 발굴과 육성은 단지 장밋빛 구호에 불과할 수도 있다.


정부와 기업은 필요할 때만 기술력과 창의력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기술인재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람에 대한 투자는 반드시 큰 몫으로 되돌아 오게 마련이다.

/ smnam@fnnews.com 남상문 정보과학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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