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집값잡기 ‘큰칼’ 뽑은 정부

박승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09 09:30

수정 2014.11.07 17:43


신도시 발표 이틀 전 경기 김포일대 부동산 시장은 이미 들뜬 분위기였다.

현지 중개업소 주변엔 서울·인천 번호의 외지인 차량들이 주차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문의전화도 빗발쳤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확정적’이라는 말을 섞어 투자자들에게 ‘반드시 신도시로 지정된다’며 확신에 찬 설명을 하고 있었다.

모든 언론사에 엠바고까지 걸어가며 발표시기를 조절했던 정부의 고급정보가 새 나갔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을 정도였다.

정부의 공무원이나 언론사의 기자들에 의해 정보가 흘러갔을 가능성을 제쳐두더라도 부동산시장의 수요자들은 정부보다 항상 한 발짝 앞서가고 있다는 점이다.

김포지역 토지만 해도 지난해 가을부터 올해 초까지 상당수가 외지인들의 손에 넘어갔다는 것이 현지 주민들의 설명이었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에 대해 너무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는 부동산정책 당국자들이다. 대책이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 현장 어디를 가봐도 정부 관계자가 현장을 다녀갔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현지 사람들은 늘 “정부 정책이 항상 탁상공론이었다”는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도 급했던 모양이다. 집값 상승세를 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정부가 결국 신도시 지정과 투기과열지구의 분양권전매 금지라는 마지막 수단을 꺼내 들었다.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시점에 ‘큰 칼’을 뽑은 셈이다. 부동산 정책을 담당했던 정부 관계자는 연초 “작은 칼로도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는데 굳이 큰 칼을 뽑아들 수 없다”고 항변했다는 후문이다.

이번 대책은 작은 칼을 연거푸 뽑아들었지만 부동산값을 안정시킬 수 없었다는 항복의 증거다.
이제 정부는 일거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정책을 미뤄 집값 상승을 부채질한 책임까지 면제 받을 순 없게 됐다.

부동산 정책은 사후대책보다 사전대책이 절실하다.
부동산 정책 실무자들은 이번 신도시 발표를 경험으로 해 앞으로는 현장 부동산시장을 제대로 파악한 후에 대책을 세우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 sdpark@fnnews.com 박승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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