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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허점많은 정부의 위기관리


전국운송하역노조와 정부와의 협상이 부분타결돼 10여일 넘게 계속되고 있는 화물파업사태가 돌파구를 찾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더 큰 물류대란과 수출대란은 막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경유세 인하, 근로소득세제 개선, 지입차주의 노동자 인정 등과 같은 첨예한 쟁점들이 미합의 상태로 남아 있어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수출에 의존해 사는 국가로서 수출항만의 기능이 마비되는 물류대란 사태가 일어난 것은 그 자체가 우리나라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부실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위기가 발생할 때 이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비상체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국내 컨테이너 처리 물량의 90%가량을 차지하는 부산항과 전남 광양항의 기능이 12일까지 나흘째 중단됐었던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그 결과 수출업체의 피해가 속출했으며 물류대란 사태가 벌어졌으니 말이다. 부산항과 광양항이 완전히 마비되면 수출입 차질액은 하루 4000억원에 이른다.

파업이 계속되면 부산항을 이용하는 외국선사들이 일본이나 중국 등 경쟁항만으로 대거 옮겨갈 수 있다.그렇게 되면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부상하겠다는 우리의 전략까지 차질을 빚을 염려가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정부는 물류대란 같은 사태는 사전에 근본원인을 찾아내 해결해야 할 것이다. 화물운송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인 다단계 알선과 지입차주 문제가 바로 그 대표적인 예다.

물류대란이 일어난 것은 정부의 상황인식과 교섭태도 그리고 비상체제 시스템 등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화물연대는 지난 1년 전부터 파업을 경고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안일하게 인식하고 적극 대응하지 않았다. 뒤늦게 늑장 대응에 나서는 등 종합상황 판단능력에도 문제가 있었다.

다른 한편, 물류대란을 몰고온 화물연대의 파업은 정부가 그동안 노사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한 책임도 크다. 정부는 두산중공업과 철도노조의 불법파업 때 법에 의거 엄격히 처리하지 않고 무리한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무리한 요구라도 강경하게 투쟁하면 정부가 들어준다는 인식을 노조에게 심어준 것이다.

노사문제는 원칙과 법에 의거해 일관성 있게 처리하지 않고 당장의 문제만을 해결하는 미봉책으로는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 국제기준에 맞는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정부는 일관성을 가지고 법과 원칙에 의거해 노사정책을 펴나가야 하는 이유가 또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