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정부 물류대란 강경대응 배경] 親노동정책 궤도수정 시사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13 09:31

수정 2014.11.07 17:41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결국 ‘공권력 행사’라는 카드를 빼든 가운데 철도노조가 동조파업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어 물류대란이 극도의 혼돈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물류대란이 지속될 경우 경제회생불능과 함께 사회질서 마비 등 국가 위기 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대화창구를 계속 열어 두기로 했으며 일단 철도 운행량 증량, 군 트레일러 동원, 비화물연대 소속 화물차 동원 등의 비상수송 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야드트럭(YT·번호판이 없는 컨테이너 운송차량)까지 동원해 화물수송에 나선다는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건 국무총리는 13일 국무회의에서 “공권력 투입시 전국적인 동시 반발에 대처하라”고 지시했다.

◇친노(親勞)정책 변화올 듯=정부가 화물연대의 총파업 강행 결정에 ‘공권력 투입’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정부의 노조관이 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참여정부의 첫 공권력 투입 방침은 노동계의 집단 행동에 대한 사전 경고 측면이 강해 ‘친(親)노동계’ 성향의 노무현 정부 노동정책 기조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간 정부는 각종 노사분규에 ‘법과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공권력’이나 ‘구속’ 등 표현을 금기시했던 태도에 비하면 최근 강경해진 것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초래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자칫 사회질서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향후 노동정책 방향의 풍향계가 될 이번 사안에서 노동계의 요구에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법과 원칙’이라는 정부의 노동정책 기조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그러나 당분간 노동계의 불법 행동에는 강경 대응하겠지만 현 정부 노동정책 근간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정부, 대책 마련속 철도파업 예고=정부는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노조측이 주장하고 있는 경유특소세 인하는 불가능하지만 근로소득세제 개선은 신축적으로 대응키로 하는 등 세제개편 방침을 집중 검토키로 했다.

경유특소세의 경우 오는 2006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돼 있는 에너지세제개편계획 자체가 훼손될 뿐더러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도 1조7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근로소득세제는 개선 방안을 찾기로 해 노조측 요구를 일부 수용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비상수송대책과 관련, 최종찬 건설교통부 장관은 “현재 철도의 물류 분담률이 11%인데 이를 20%로 끌어올리기 위해 하루 투입 철도차량을 420량에서 650량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철도노조측이 준법운행을 천명하고 나서는 등 또다른 파업을 예고하고 있어 최장관의 의지처럼 움직여질지는 미지수다.

◇공권력 행사 효과 있을지 의문=고건 국무총리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전날 발표한 ‘공권력(부산지역 경찰 30개 기동중대 6000명) 행사’ 조치가 차질없이 실행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공권력 행사의 법적 근거에 대해 “업무방해 등에 해당된다는 대법원의 유사판례가 있다”면서 “국민의 이익을 위해 적정하고 공정하게 공권력을 행사하겠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물류대란에 대한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파업이 강행될 경우 정부의 비상 수송대책으로는 정부 스스로가 밝혔듯이 전체 물동량의 60∼70%가량만 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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