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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대란’에 수출 길 막혔다


우리나라의 살길인 수출이 막히고 있다.

전국운송하역노조 화물연대 부산지부의 전면 운송거부로 14일 미국 롱비치 등 해외로 떠나는 화물선이 빈 컨테이너를 싣고 출항했다.

특히 국내외 선사들이 부산항을 통한 화물수송 계약(부킹)을 사실상 중단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계속되면서 통상 2주 단위로 이뤄지던 부킹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국내 제조업계는 물론 수출업계에 ‘무역대란’이 현실화되는 등 물류대란으로 인한 산업계 피해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원자재와 부품 공급차질로 가동률 조정에 돌입한 산업계는 물류마비 사태가 2∼3일 지속되면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핵심부품이 모두 바닥나 주말부터는 연쇄적인 가동 중단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로 기항지 옮긴다=세계 3대항인 부산의 세계적인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일부 외항선사가 부산항의 기항을 포기하고 해외로 기항지를 옮기는 등 부산항 파업 여파가 해외까지 확대되고 있다.

독일 선사인 하파그로이드는 환적물량(목적지로 가기 전 다른 항구에 들러 선박을 갈아타는 화물)의 부산항 입항을 중단하라는 지침을 이날 아시아 각 지역에 내렸다.

중국선사인 차이나 시핑은 부산항에 기항키로 했던 배 3척을 부산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중국으로 출항시켰다.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상황에 따라 기항지를 중국, 일본 등으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한진해운의 경우 이날 입항 예정인 바이칼세나토호의 기항지를 중국 상하이로 옮기고 당분간 부산항에서 환적화물 처리를 중단키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현재 부산항 컨테이너 터미널의 장치율은 전일에 비해 4.61%포인트 높아진 85.6%를 기록했다. 이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보다 30%가량 높아친 수치다. 광양항의 장치율도 40.4%로 악화됐으며 부산항 3부두는 170.7%, 4부두는 100.2%로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섰다.

◇해외 거래선도 무너지고 있다=수출기업들은 컨테이너 운송작업과 부산항을 통한 수출제품의 선적이 중단되면서 바이어들로부터 납기지연에 따른 클레임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특히 전자업계는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 수년 전부터 공을 들여 지난해부터 수출이 본격화되기 시작했지만 이번 선적차질 사태로 대형 거래선에 대한 납기가 지연돼 그간 공들인 거래선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실제 LG전자 경남 창원공장을 비롯해 마산 자유무역지역내 한국소니전자, 양산 넥션타이어 등은 수출물량의 출하를 중단시켰다.

부산시 강서구 송정동 신발완제품 수출업체인 ㈜신세영화성은 미국에 수출할 신발 5만켤레를 선적하지 못했다.

이 회사 장인필 이사(48)는 “바이어들로부터 항의전화가 잇달아 진땀이 다 흐른다”면서 “미국 수입업체에 보상을 해줘야 하는 것은 물론 신용도 하락으로 고객마저 잃을 위기에 처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산업계 공장가동 중단 본격화=GE코리아가 제조업 가운데 처음으로 공장가동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가전업체들도 잇따라 조업시간을 단축키로 해 물류피해가 생산라인으로 본격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GE코리아는 부산, 광양에서의 원료수송과 제품출하가 어려움을 겪자 16일 하오 11시부터 19일 오후까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충주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이 공장의 가동중단은 87년 설립 이후 16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12일부터 냉장고 생산라인인 광주공장의 퇴근 후 2시간 잔업근무를 중단한데 이어 이번 주말 예정된 광주공장의 특근(8시간)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용인공장(에어컨)의 잔업근무(2시간)를 없애기로 결정했다.

화학과 제지, 자동차 등 업종도 부분 또는 전면적인 조업단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LG화학과 SK㈜ 등 주요 화학업체들도 다음주부터 부득이 조업단축을 감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지업계도 수출용 컨테이너출고에 차질을 빚고 있다. 공장내 창고부족으로 2∼3일내에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공장가동이 위협받는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했다.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도 다음주부터 조업단축 등 생산차질을 예상하고 있다.

철강업체의 피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보철강의 경우 강원 수해복구 현장 등에 공급할 3만5000�U가량의 철근이 출하되지 못한채 쌓여 있다. YK스틸과 대한제강 등 부산입주 제강업체들의 하루 제품 출하량은 평균 10∼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화물연대 경인지부와 위수탁지부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경인ICD)도 운송거부를 시작하면서 동양매직, 삼양통상, 유상공업 등 이 기지에 입고된 수입화물을 회사차량을 동원해 운송하고 있다.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