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일반

[기업 소설-에덴의 북쪽] 우리는 춤추러 간다 ③

노정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15 09:31

수정 2014.11.07 17:40


런던 출장 때 황상필 전무가 소개했던, 터키 사람 세브켓 니핫이 이스탄불에서 기다리기로 약속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선우가 런던의 세브켓 니핫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한 것은 그제 오전이다. 아니, 더 정확히 얘기해서 사직원을 써서 오종근에게 건네주고 축구장으로 가는 자동차 안에서다.

“아, 미스터 강?”

세브켓 니핫은 몇마디 주고받지 않아서 이쪽 신분을 금세 알아차리고 과분할 정도로 환대한다.

“안 그래도 연락드릴 작정이었는데… 아니, 여차하면 한국으로 찾아갈 작정이었습니다. 한데, 먼저 전화를 주셨군요.”

갑자기 어리벙벙해진 강선우가 입을 연다.


“한국을 방문할 작정이었다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그게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세자이 얄츤 회장 비서 중에 내 후배가 한사람 있다는 얘기를 런던에서 한 걸로 아는데, 기억하십니까?”

그가 묻는다.

“기억나구 말구요.”

강선우가 대답한다.

“그 비서를 우연히 런던에서 만나게 되어 미스터 강 얘기를 했더니, 그가 세자이 얄츤 회장께 보고를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연락이 온 겁니다.”

“무슨 연락이 어떻게 왔죠?”

“빨리 손을 써서 손자를 데려오라는 겁니다.”

“그게 사실인가요?”

강선우가 흥분된 어조로 계속한다.

“세자이 얄츤 회장께서 직접 지시한 사안이 확실한 겁니까?”

“확실하구 말구요.”

세부켓 니핫도 똑같이 흥분된 상태다. 그도 서둘러 설명해 마지않는다.

“오죽하면 저한테 회사 휴가를 내고, 미스터 강을 찾아오라는 부탁을 했겠습니까?”

“그래서, 지금 그 일로 휴가를 내신 건가요?”

“실은… 그럴 작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전화를 주셨으니 이 얼마나 멋진 회웁니까? 안 그렇습니까?”

“그렇군요… 실은….”

강선우가 입안에 맴돌던 말을 뱉는다.

“세자이 얄츤 손자를 데리고 이스탄불로 가는 비행기를 탈 참이거든요.”

“그래요? 그거 잘 됐네요. 언제 출발합니까?”

“늦어도 3, 4일 후쯤 떠날 생각입니다.”

출국 서류따위 시한을 계산한 스케줄인데, 세브켓 니핫이 정색을 하며 말한다.

“아니, 할 수만 있다면 오늘, 낼 중으로 출발하시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그렇게 빨리요?”

“왜냐 하면… 이건 소문에 불과하지만 세자이 얄츤 회장 건강이 좋지 않은 것 같거든요.”

“건강이 안 좋다구요?”

“어디까지나 소문이라서 확인된 건 아닌데… 심각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아무렴!”

강선우가 탈기한 음성으로 응대하자 세브켓 니핫이 말한다.

“아직 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으니까… 어디까지나 소문에 불과할 뿐입니다. 다만 그 어른 절대로 서두르지 않는 분인데, 이렇게 두번 세번 독촉하시는 걸 보면, 뭔가 심상치 않는 느낌입니다.”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대신 세브켓 니핫께서 이스탄불에 먼저 도착해서 기다려 주시면….”

“여부가 있습니까? 그런 건 걱정하지 마십쇼.”

“이거… 정말 감사합니다.”

“감사하긴요… 아, 참 관련 서류하고 옛날 사진 그러니까 세자이 얄츤 회장이 장교복 입고, 한국전에 참전한 모습이 찍힌 사진 말입니다.”

“물론 있습니다.”

강선우가 득의만만하게 대답한다.

“잘됐군요. 그리고 법적으로 신분 확인이 될만한 서류 따위 자료도 빠짐없이 가져 오셔야 될 겁니다.
워낙 까다로운 분이라….”

“알겠습니다.”

“그럼….”

이스탄불 이타튀르크 공항에 내린 것은 아침 7시쯤이다.
웅철이 놈이나 용식이나 둘다 똑같이 외국여행이 처음인 터라 여간 조심스럽지 않다.

/백시종 작 박수룡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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