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2 리로디드] 이보다 더 화려한 속편은 없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15 09:31

수정 2014.11.07 17:40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현실이 아닐지 모른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해보는 이야기를 기발한 방법으로 풀어낸 영화 ‘매트릭스’가 올해 극장가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매트릭스2 리로디드’와 ‘매트릭스3 레볼루션’이 5월과 11월, 각각 개봉하기 때문.

‘매트릭스’는 99년 개봉 당시 ‘쉬리’의 240만명에는 훨씬 못미쳤지만 90만명을 동원하며 상반기 흥행순위 2위에 올랐다. 전세계적으로는 5억20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웠다. 또 철학과 과학을 접목한 ‘매트리스’의 시도는 각종 책을 출판됐으며 대학의 커리큘럼으로도 등장했다.

당시 이 영화가 주목받았던 것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넘나드는 과정이 ‘나비의 꿈’으로 상징되는 장자의 철학으로 포장되는 등 동양철학과 ‘그’로 표현되는 성서의 구세주, 그리스신화 등이 절묘하게 조화시킨 앤디, 래리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능력이다.
또 동양무술과 할리우드 최첨단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결합시킨 놀라운 디지털액션을 선보인 것도 눈길을 끌었다. ‘입력 도선과 출력 도선의 회로망’이라는 컴퓨터 용어를 뜻하는 ‘매트릭스(Matrix)’를 영화제목에 도용한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첨단과학도 끼워넣었다.

4년만에 선보이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전편에 비해 화려한 액션과 특수효과 등 볼거리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2, 3편을 찍는데만 270여일, 총 제작비 3억 달러를 쏟아부은 탓이다. 17분짜리 전투장면 하나 찍는데만 4000만달러가 들었고 최대 볼거리를 제공하는 고속도로 추격신에 나오는 3.2㎞의 도로는 240만달러를 들여 직접 건설했다. 1편에서 412컷을 동원하며 찬사를 받았던 액션장면도 1000여컷으로 대폭 늘렸다. 또 한가지 이미지를 놓고 360도 회전하는 것처럼 보이는 ‘불릿타임’이라는 특수 촬영기법은 한단계 발전해 3차원 가상 캐릭터를 창조할 수 있는 ‘버추얼 시네마토그래피’를 탄생시켰다.

1편에서 트리니티(캐리-앤 모스)의 발차기와 네오(키아누 리브스)의 총알 피하는 장면을 명장면으로 꼽혔다면 2편에서는 네오가 복제된 100여명의 에이전트 스미스(휴고 위빙)와 싸우는 장면과 트리니티가 오토바이를 타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2편에서 강조하는 철학은 바로 ‘사랑’이다. 네오와 트리니티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고 이는 네오가 시온의 멸망여부에 대한 선택을 해야할 때 결정적인 열쇠로 작용한다.


1편에서 자신이 ‘그’라는 것을 받아들이기로 한 네오는 100년간 지속된 에이전트와 인간과의 전쟁을 중단시키고 매트릭스 프로그램의 지배를 받아 가상현실에 살아가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예언대로 매트릭스 내부에 침입한다. 예언대로 매트릭스 심장부에만 도달하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 굳게 믿었던 네오 앞에는 엄청난 사실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는 ‘매트릭스’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영화의 전개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스럽다. 15세 이상. 23일 개봉.

/ pompom@fnnews.com 정명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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