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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화물연대 파업은 끝났지만


노·정이 심야 협상을 통해 유류세 인상분의 전액 보전을 비롯한 11개항에 합의함으로써 부산항을 중심으로 벌어졌던 화물연대의 파업이 전격 타결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이로써 이른바 물류대란은 수습의 길이 열렸으나 이번 사태에서 보인 정부의 안일한 자세와 무원칙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

노·정이 합의한 11개항 가운데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시기를 앞당기기로 한 것을 비롯하여 상당부분은 물류대란이라는 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이번 사태 책임의 상당부분이 초기단계에서 안일하게 대응한 정부 몫으로 귀착되는 까닭이다. 사태가 최악의 물류대란으로 악화되자 ‘화물차에 대한 선별적인 세제혜택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던 당초 입장에서 물러서서 7월에 인상되는 유류세분부터 전액 보상해 주기로 합의함으로써 정부는 스스로 원칙을 어겼다. 이는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수단과의 형평성문제로 번질 새로운 불씨를 만든 것이나 다름 없다.

지킬 수 없는 원칙이라면 처음부터 세우지 않음만 못하며 또 원칙이 상황에 따라 흔들린다면 그 원칙을 세울 때 이해당사자의 입장과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물론 원칙이라고 해서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으며 유연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흔들리는 것을 유연성이라고 볼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러한 정부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이번 사태로 야기된 후유증 수습 역시 쉽지 않을 것이다. 1주일간의 파업으로 사실상 기능이 정지된 것이나 다름없는 부산항이 정상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기간이 걸린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세계 유명 선사들의 부산항 기피 현상이다. 컨테이너항으로서의 부산은 세계 3위에 올라있을 정도로 사실상 동북아 물류의 중심기지로 성장했다.
만약 외국 선사들이 부산항 대신에 잠재적인 경쟁대상인 중국의 상하이나 또 우리에게 추월당한 일본 고베항을 선호한다면 우리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마련이다. 이러한 최악의 사태를 막는 길은 이번 물류대란으로 추락한 국제 신뢰도를 하루빨리 효율적으로 회복하는 것밖에 없다. 그러기 위해서도 정부는 우선 원칙을 준수할 수 있는 확고한 자세부터 확립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