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행복한세상’ 멀리 봐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16 09:31

수정 2014.11.07 17:39


서울 목동의 행복한세상은 국내에서 유일한 중소기업 전용 백화점이다. 정부가 중소기업 육성과 판로지원을 목적으로 만들었으며 이에 따라 입점제품중 85%가 중소기업이 생산한 것이다.

1400억원을 들여 출범, 올해로 4년째를 맞는 행복한세상의 외형은 적자다. 올해 매출목표는 1500억원정도로 홈쇼핑 선두업체군의 한달 매출에 불과한 규모다. 영업실적 부진 등으로 이유로 매년 국정감사에서 질책당하는 등 임직원들은 마음고생이 심하다. 개점이후 임금은 동결된 상태다.


이 백화점은 그동안 수차례 영업전략을 수정하기도 했다. 다양한 상품이 미흡해 집객효과가 떨어진다는 주변 의견에 따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기업 제품과 해외유명브랜드를 입점시키기도 했다. 또 수익성이 낮다는 지적에 대응, 입점업체 수수료를 당초보다 2%포인트를 인상, 현재 17% 정도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때마다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중소기업 전용 백화점이 해외 유명브랜드를 입접시킬 이유가 없으며 수익을 올리기 위해 수수료를 인상시킨다는 비난을 불러왔다. 결국, 특화된 영업전략 없이 여론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식의 시행착오를 번번이 초래했다.

행복한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상권은 경쟁이 치열한 지역이다. 바로 옆에 현대백화점 목동점이 영업중이며 가까운 거리에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까르푸 등 할인점이 포진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행복한세상이 최근 ‘중소기업 특화’라는 당초 목적에 맞는 전략을 강화, 관심을 유발시키고 있다. 여성기업 전용관을 새로 만들었으며 여성 패션디자이너 육성, 경쟁력 있는 아웃렛 매장 확대, 유망 중소기업의 해외유통망 연계 등 다양한 대책을 수립했다. 현재까지 큰 효과를 거두고 있지는 않지만 중소기업들은 이같은 정책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행복한세상이 그동안 여러번 전문 백화점 형태를 따라 가려다가 실패한 경우를 이번만은 반복하지 말라는 얘기다.


대형 유통업체들도 초기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흑자영업을 달성하는데는 오랜시간이 걸린다. 하물며 점포가 1개뿐인 행복한세상이 매출을 단기간에 올린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좀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영업에 임해야 할 시점이다.

/ ymhwang@fnnews.com 황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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