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fn 경제이슈-비정규직 해법은 없나] 노동3권 보장 최대쟁점

김종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22 09:33

수정 2014.11.07 17:35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 특수직종의 종사자들까지 파업돌입을 선언하면서 국가 기능마저 중단될 위기를 맞고 있다.

파업행렬은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등 공공부문에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레미콘 지입차주들로 구성된 건설운송노동조합도 23일부터 사업장별로 준법투쟁에 돌입한다고 밝히고 있다.

정부가 화물연대와 협상하면서 이들을 근로자로 인정한 것을 계기로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특수고용직들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특수고용직들의 지위 및 근무여건을 짚어봤다.<편집자 주>

비정규직을 포함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근로자인정을 놓고 노동계를 비롯한 재계, 학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 1월22일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차별해소의 일환으로 노동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에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조 불인정 등의 내용을 보고했다.

노동계가 즉각 강력히 반발하고 나왔다. 본격적인 노·사·정의 불협화음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비정규직 무엇이 문제인가=임시직, 일용직, 유기(有期)근로계약자, 파견직, 특수고용직 등을 포괄하는 개념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저임금, 차별, 해고위험이라는 ‘3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정규직이 월 12만원의 임금인상을 ‘쟁취’할 때 비정규직 임금은 고작 5만원 정도 오른다. ‘현대판 노예문서’라 불리는 ‘근로계약서’에 묶여 사측에서 이름을 부르지 않으면 곧바로 거리로 나서야 하는 신분이다.

정규직과 똑같은 일을 하고서도 노동법상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고용보험·건강보험·국민연금 등 사회보험과 퇴직금·상여금·시간외수당 등 부가급여의 혜택을 받지 못한다.

비정규직 문제가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해 7월 노사정위원회는 ‘비정규직특위’를 구성해 이들에 대한 보호 방안을 모색해 왔다.

노동부는 오는 12월 말까지 특수고용직 노동자를 포함한 비정규직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와야 비정규직들에 대해 ‘노동자’ 지위를 부여할지 여부가 판가름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단추로 근로기준법 개정을 꼽고 있다. 정규직 위주로 짜여 있는 현행 근로기준법을 개정하지 않고는 비정규직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은 ‘계약직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경우에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다’고만 규정했을 뿐 이를 어겼을 때 처벌 규정, 유기간제 근로계약사유 제한 규정 등이 빠져 있다. 이 때문에 반복계약, 계약만료 직전 해고 등과 같은 편법을 놓고 법원의 판결도 제각각이다.

◇법은 정부 손들어 줘=레미콘 기사, 보험모집인,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등 임금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들에 대한 최근의 판결은 이들을 법적인 측면의 노동자로 보고 있지 않다.

올해 초 대법원은 레미콘 기사들이 ‘차량의 소유권이 레미콘 기사들에게 있는 점’과 ‘취업규칙을 적용받지 않는 점’ 등을 들어 ‘근로자(노동자)’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또 지난해 9월 검찰은 학습지 교사와 회사가 맺은 단체협약을 단체협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노동부는 특수고용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현행법상 노동자가 아닌데 노동관계법을 적용하는 것은 법체계상 문제가 있다고 판단, 단체 결성만을 허용해 근무여건을 개선해 나가는 방안을 내놓았다.

노동부는 그러나 오는 2005년부터 특수고용직 노동자에게도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노동자)’로 한정되어 있는 산재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혀 혼선을 빚고 있다.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에 대한 단결권 부여는 대통령 공약사항인 만큼 이를 구현하는 방안을 검토중에 있다.

◇관련업계, 정부의 입장표명 촉구=보험회사, 골프장, 학습지 회사 등은 노동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들 업계는 “정부가 혼선을 빚고 있는데 기업하는 사람들만 나무라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할 경우 관련 부대 비용이 증가되고 결국 소비자 부담만 늘어날 뿐”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들 특수고용직군에 해당되는 비정규노동자들을 순수노동자로 인정하기에 앞서 기업이 이들을 노동자로 인정할 경우 기업이 이들에 제공해야 하는 부분만큼 정부가 보전해 줘야한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가 전체에 노동자만 있고 사용자는 없어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먼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 jongilk@fnnews.com 김종일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