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자수첩] 투명카드보다 투명경영을


‘까마귀 검다 하고 백로야 웃지 마라. 겉이 검은들 속조차 검을 소냐. 겉 희고 속 검은 건 너뿐인가 하노라’

고려의 문인 이직이 조선 태조 이성계와 그의 아들 방원이 고려왕조를 폐하고 고려의 유신들을 포섭하자 이를 경계하고 조선왕조에 가담한 자들을 비판하기 위해 지은 평시조다. 당시의 혼탁했던 시대상황을 묘사한 글이라고 한다.

신용카드 업계에 새로운 재질로 제작된 카드가 등장했다. 불투명한 플라스틱이 아니라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제조된 것이다.

이 카드 제작비용은 장당 700원선이라고 한다. 종전 카드의 제작비용이 250원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무려 500원 가까이 비싸다.

신용카드 제조비용이 월등히 많이 들어감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재질과 디자인을 사용한 것은 고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카드가 외형만큼 내실이 있느냐는 점이다. 서비스가 추가됐다고는 하지만 새롭다고 할 게 사실 없다. 종전에 있던 서비스를 한장의 카드로 묶었다는 것 말고는….

여타 카드사들 역시 새로운 재질의 카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새 카드의 화려한 미관과 추가된 서비스가 신용카드 시장에 어느 정도 파급효과를 미칠지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신용카드사가 국내 경제에 미친 영향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신용불량자 300만명을 양산한 주범이면서, 채권시장 마비에 따른 금융권의 자금흐름 왜곡 등 어려운 국내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 애물단지다. 물론, 순기능도 숱하게 해왔지만 지금은 금융불안의 뇌관임에 틀림없다.

이같은 현상은 모두 무분별한 카드발급과 출혈경쟁에서 비롯됐다. 또 출혈경쟁은 회사경영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일부 카드사를 제외하곤 모두 비상장이라는 이유로 자신들의 재무 및 경영상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재무상태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거짓말하는 카드사도 있다.


투명카드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다만 투명한 카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신용카드사만이라도 경영의 투명성을 보여줬으면 한다.

600여년 전에 세태를 풍자한 이직의 시조처럼 겉은 희고 속은 검은 백로가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 fncho@fnnews.com 조영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