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데스크칼럼] 부동산 ‘투기꾼’을 잡아야

남상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26 09:34

수정 2014.11.07 17:33


지난달 14일 최종찬 건설교통부장관과 언론사 부장단과의 간담회자리에서 분양권 전매제한을 하면 1차적으로 투기에 대한 가수요는 잡을수 있지 않느냐고 물어봤다. 청약금만 걸고 분양을 받아 프리미엄을 붙여서 되파는 투기적 행태로 인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나 기존 아파트의 가격이 상호 벤치마킹을 하면서 오르기 때문이다.

당시만해도 최장관은 전반적인 경기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때문에 분양권 전매를 금지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로부터 한달이 조금 지난 요즘 부동산정책은 천지개벽의 느낌을 갖게 한다.시장의 요동으로 부동산 안정대책 발표만 한달만에 3번이나 있었다.

서울 강남구와 광명시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하는 4·25정책에 이어 김포 파주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투기과열지구내 분양권 전매를 전면 금지하는 5.8대책이 뒤따랐다.
급기야 지난 23일에는 투기과열지구를 서울·수도권과 충청권까지 확대, 지정하는데 이르렀다. 이와함께 주상복합아파트 규제강화, 조합아파트 분양권 규제, 재건축 분양시기조정및 안전진단강화, 떴다방 단속강화,투기지역 지정확대, 부동산 보유세 과세강화, 주택담보대출 비율인하 등도 포함됐다. 관련부처가 총동원된 부동산가격 안정 정책의 최종판이다. 정부가 내놓을 수 있는 정책은 모두 쏟아낸 셈이다.

특히 이번 대책발표중 국세청 조사요원 3000명이 부동산중개업소를 단속하는 것은 시각적인 효과에도 불구하고 보기에 민망하다.국세청에는 노는 공무원들이 얼마나 많기에 부동산 투기 단속에만 3000명이나 동원할 수 있는지 그저 궁금할 뿐이다.

정부가 정말로 투기를 발본색원할 의사가 있으면 부동산 과다보유자 5만∼10만명에 대해 합산과세와 중과세를 부과하면서 집중관리 하면 된다. 또 중개수수료를 카드로 결제토록 하거나 최근 충청권 부동산 거래자와 주요 투기지역의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를 데이타베이스해서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서민들이 보유한 내집을 상대로 세수입을 확대하려는데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우리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민간소비가 지난 1·4분기에는 IMF환란당시인 1988년 4·4분기이후 최저치인 0.9% 증가에 그쳤다.이로인해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당초 예상보다 낮은 3.7%로 떨어졌다.

이같은 실적조차 수출과 부동산 투기붐으로 인한 건설투자가 떠받쳤기 때문에 가능했다. 2·4분기에는 사스(SARS)와 북핵문제, 카드채위기, 신용불량자 급증 등으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수출마저 둔화돼 성장률이 1·4분기보다 더 낮아질 것이라고 한다.

2001년말 257조원이던 단기부동자금이 지난 4월말 현재 380조원으로 증가, 언제든지 부동산 시장 유입이 가능하다고 한다.삼성경제연구소는 여기에 주택가격의 60%까지 대출받는 경우를 상정한다면 주택시장에 투입될수 있는 돈이 무려 968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가계대출금리는 1998년 15%선에서 최근 6%대까지 하향 조정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콜금리를 인하하자 은행들은 가계대출 금리를 다시 내렸다.증권시장은 이미 재테크 수단으로 매력을 잃은지 오래다.

기업하기 좋은 여건이 조성돼 돈이 기업의 설비투자에 몰려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여건이 악화되고 있음을 호소해선 희망이 없다.

이번에 발표한 투기안전대책도 다른 곳으로 시중의 유동자금을 돌리지 못하거나 부동산투자가 여전히 조달금리보다 운용금리가 더 높은 현상이 유지된다면 장기적인 안정대책이 될 수 없다. 특히 재건축 분양시기조정등의 대책은 공급확대보다는 축소지향적인 정책이다.수요를 억제시켜서 돈을 묶어 두려는 현재의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덮어두는 쪽에 가깝다.
정부는 국내 부동산투기가 숨을 죽이고 물밑에 잠복해 있는 동안 부족한 서울 수도권의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또 제대로 된 재테크 정책을 입안해 부동산으로 몰리는 돈의 물꼬를 다른쪽으로 돌릴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이제 주택경기 억제와 활성화라는 악순환의 틈바구니에서 가진자만 계속 파이를 키우도록 하는 투기방지정책을 끝내고 보다 공급을 우선으로 하는 근본적인 투기방지대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남상인 건설부동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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