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채권은행단 결정에 맞겨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5.29 09:35

수정 2014.11.07 17:31


SK글로벌 정상화 방안을 놓고 진행돼온 채권단과 SK그룹간 협상이 결렬됐다. 그 결과 SK글로벌 채권은행단은 SK글로벌에 대해 청산을 위한 법정관리 절차를 밟겠다고 밝히고 있다.

채권은행단이 청산이라는 강수를 꺼내들자 SK그룹측에서는 경제적 파장을 고려하여 재고해줄 것을 바라는 것 같다. 그러나 부실기업에 대한 처리는 ‘시장원리’에 의거, 소생할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조속히 퇴출되는 것이 마땅하다. 큰 기업이라 시장충격이 크다고 적당히 봐주는 식으로 처리하면 결국은 그 비용이 더 커질 것이다.

채권은행단이 SK글로벌을 청산하기로 결정한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SK그룹측의 자구안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는 최소한 SK㈜의 국내 매출채권 1조원이 출자전환되어야 하는데 SK㈜는 4500억원밖에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좀더 속을 들여다보면 SK글로벌이 채권은행단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점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채권은행단이 SK그룹측의 경영개선 계획을 믿지 않고 1조원 이상 출자전환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은 SK그룹에 대한 불신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SK글로벌은 공동관리 이후에도 예금잔액 허위기재 등의 수법으로 4800억원의 가공 현금자산을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해외법인에서는 대대적인 분식회계를 해왔다. 역외펀드에 SK텔레콤, SK㈜ 주식을 숨겨놓고 불법 외화도피 등을 통해 많은 현금을 숨겨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모든 행위는 대주주의 그룹 지배력을 확보하고 주가조작을 통해 부당한 이득을 취득하기 위한 불법행위다.

채권단은 재판부에 제출한 ‘최태원 회장 석방 탄원서’를 취소하고 SK글로벌에 대한 추가분식 사실, 해외 부외자산 은닉, 외화도피 등을 적시한 채권단 공동명의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채권단이 얼마나 SK그룹을 불신하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일이다.


자구노력도 부족하고 분식회계 등을 통해 채권은행단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경제적 충격이 크더라도 시장원리에 맞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채권은행단의 신뢰를 얻는 것이 곧 시장의 신뢰를 얻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또한 시장규율을 바로 서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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