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단체

[참여정부 100일] 원칙없이 難題풀다 더 꼬이기만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02 09:36

수정 2014.11.07 17:19


참여정부 출범 이후 100일 동안 우리경제는 소용돌이 속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북핵과 이라크전,사스 등 외생변수에다 내부적으로는 경기침체를 앓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폭등의 악재를 맞아 참여정부는 이래저래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려운 형국에 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지역균형 발전의 기치를 내걸고 관련 위원회를 출범시키고 국세와 지방세간 세목교환 등 중장기적 과제 해결에 착수하는 등 수도권 집중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공을 인정받아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특히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정보화사회가 혼재해 있는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이를 정책에 담아내려고 하는 노력은 어느 정도 점수를 받아야 할 것이다.

문제는 공에 비해 과가 너무 크다는 점이다. 부동산 가격폭등은 계층간 위화감을 심화시켰고 화물연대를 비롯한 노동자 계층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사용자 계층의 투자심리를 위축케 하는 부작용도 낳았다고 해도 크게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총 20분기중 1분기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한 정부의 공과를 논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긴 하지만 출발이 어긋나면 종국에는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곳에 다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100일의 평가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게 경제주체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실종된 원칙=참여정부는 지난 3월27일 발표한 ‘경제운용방향’에서 ▲기업 ▲금융 ▲노동 ▲공공부문 구조개혁과 아울러 ▲국가균형발전 ▲성장잠재력확충 ▲소득분배의 균형을 내걸었다.

제 2금융권을 비롯해 구조조정을 확실히 추진하고 부실기업을 처리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정책의 최우선 과제였던게 분명하다. 그러나 100일 동안 이런 목표가 달성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카드채 문제만 하더라도 부실카드사를 퇴출시키기보다는 시장부담을 이유로 정부가 개입해 문제를 풀려고 했고 SK사태도 질질 끌고 있는 형국이다.

이라크사태와 사스등 외생변수들은 잔뜩 움츠러든 투자마인드를 더욱 위축시켜 성장잠재력 확충은 그야 말로 공염불로 끝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같은 원칙의 붕괴는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우리나라를 동북아의 중심국가로 만들겠다는 구상의 변질에서도 확인된다. 국내외 기업간 역차별이라는 여론에 밀려 외국인들을 유인할 정책들이 뒷전으로 밀려 12대 정책과제중의 하나인 동북아 중심시 국가건설은 그야 말로 국내용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급등은 최악의 정책=참여정부 출범무렵부터 나타난 부동산 가격급등은 참여정부의 최대 정책 실책으로 꼽힌다.10여차례의 각종 부동산 투기 억제대책이 쏟아져 상승세가 꺾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오른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이는 곧 각종 중산서민대책의 실효성을 떨어뜨려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같은 측면은 한국은행의 ‘정책 실기’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4월과 5월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선제적인 금리인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을 때 한은은 금리를 묶어뒀다가 유동성이 넘쳐나서 금리인상 요구가 높아졌을 때는 오히려 금리를 내렸다. 이때문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수백조원의 부동자금은 그야말로 건전한 기업의 투자로 몰리지 않고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경제 조정자가 사라졌다=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월25일 취임사에서 “노사화합과 협력의 문화를 이루도록 노사 여러분과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이를 믿는 노사는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두산중공업 파업 사태 해결이나 화물연대의 불법노동행위 해결 과정에서 정부는 철저하게 노동자 편을 들었다. 노동부 장관은 노동자를 대변한다고 말하기까지 했을 정도였다. 조정자로서의 정부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볼때 집단이기에 손을 들어준 것에 불과했다. 화물연대 파업때는 대통령이 5일간 보고를 받지 못했고 관료들은 어디에 보고를 해야 할 지 우와좌왕했다.

친노적인 성향은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노사정책의 부재로 비친다고 외국인 투자유치를 하고 있는 공무원들은 토로한다.


출범 100일 성적표는 633.42(5월30일 현재)라는 주가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하루전인 지난 해 12월18일 709.22에 비해 낮아도 한참 낮다.
많은 투자자들은 지난 100일간 천문학적인 돈을 까먹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