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각종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청와대가 조흥은행 매각방침을 재천명함에 따라 조흥노조가 강력 반발, 금융계 전반의 파업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SK사태 처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현대종합상사마저 채권단의 골치거리로 등장했다. 더욱이 경기부진에다 충당금 부담까지 늘면서 상반기 상당수 은행들이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은 올해 어느해보다 어려운 나날을 보내야 할 전망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국내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의 장기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해 은행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가뜩이나 경제여건이 어려운 마당에 금융계의 대표주자인 은행권이 흔들릴 경우 우리경제가 더욱 깊은 나락으로 빠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은행권이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된다.
◇조흥은행 매각협상 급물살, 총파업 전운=노무현 대통령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던 조흥은행 노조는 지난 2일 청와대 토론회 이후 허탈하게 돌아왔다. 정부가 기존의 ‘매각방침’의 뜻을 굽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조흥은행 노조을 비롯한 금융노련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청와대 토론회를 위해 총파업을 연기했지만 이제 파업연기 명분이 사라졌다.
다만 계속되는 교육부의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파문과 지난달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입지가 크게 좁아진 정부가 강경대응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고, 여론의 지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는 점이 부담이다.
이와 달리 청와대의 속내를 확인한 예금보험공사와 신한금융지주의 발걸음은 한층 빨라졌다.
지난 2일 직접 만난 양측은 주당 인수가격과 사후손실보전 문제 등에 대해 여전히 의견차를 보였지만 가능한 빨리 협상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예보는 외국인투자가들을 설득해 1조7000억원의 매입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신한지주의 어려움과 시장여건 악화 등에 공감을 표시했고 신한지주는 공자위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예보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실적 전망 불투명=경기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고 부실기업들에 발목을 잡힌 은행들은 2·4분기 실적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다행히 SK글로벌이 법정관리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여 채권액의 50% 이상을 충당금으로 쌓을 가능성은 희박해졌지만 SK글로벌의 회생작업이 본격화되더라도 1·4분기 ‘요주의’로 분류됐던 여신이 2·4분기 ‘고정이하’로 분류된다면 20∼49.9%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만큼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금융감독원이 어떻게 유권해석을 내리느냐에 따라 상당수 은행들이 적자 수렁에 빠지느냐 아니면 소폭이나마 흑자기조를 이어가느냐가 결정된다.
은행의 실적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S&P는 이날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번 조정이 다른 은행으로 확산될지에 대해 은행권에서는 비상이 걸렸다.
◇현대상사문제 전면부상=SK글로벌에 가려 숨죽이고 있던 현대종합상사의 처리문제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채권단은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현대상사에 대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을 적용, 공동관리를 통해 정상화를 추진한다는 입장을 정리한 상태지만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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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lis@fnnews.com 천상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