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형칼럼] G8 정상회담과 세계경제 향방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04 09:37

수정 2014.11.07 17:16


지난 1일부터 프랑스 동부 휴양도시 에비앙에서 열렸던 서방 선진 7개국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G8 정상회담이 3일 폐막됐다. 이번 회담의 가장 핵심 있는 의제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와 세계경제 회복문제였다. 북한에 대해 핵프로그램의 폐기를 강력히 촉구했으며 세계경제 회복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의 앞날은 밝은 면보다는 어두운 면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세계경제의 불안요인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 디플레이션 위험이다. 세계경제를 이끌어가는 미국경제가 이라크전쟁의 조기종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한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미국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놓여 있는 점이다. 일본은 이미 10년 이상의 장기침체에 놓여 있고 독일은 최근 제로성장 상태로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디플레이션에 놓일 것이란 경고가 여러차례 제기되고 있다.

세계적 디플레이션 우려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첫째, 앞으로 세계경제를 힘차게 끌어나갈 신산업이 없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까지 성장을 이끌어온 정보기술(IT) 부문을 포함하여 세계의 주력산업들이 이미 과잉투자로 기업의 수익성이 하락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둘째, 중국이 세계 제조업의 공장으로 변신하고 있는 것도 세계 디플레이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이 산업국으로 변신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중국의 제조업 제품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때문에 선진국 공산품 값은 앞으로도 계속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셋째, 가장 가시적인 이유로는 세계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을 비롯해 선진국에서는 IT부문 과잉투자로 폭락하기 시작한 증시 때문에 많은 자금이 부동산으로 물려들었다. 그 결과 많은 국가에서 부동산 거품이 형성됐다.

미국은 지난 95년 이후 주택가격이 30%가량 상승했다. 영국 등 유럽은 지난 7년 동안 50% 이상 주택가격이 올랐다. 세계경제는 회복되지 않고 부진한데 주택가격 상승으로 거품이 형성되면 그 거품은 결국 꺼질 것이다. 주택 등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 소비까지 위축되어 디플레이션을 초래할 위험이 크다.

세계경제의 불안 속에서도 최근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어 올 하반기부터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주고 있다. 하반기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경제지표들도 나오고 있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5월 시카고 구매자관리지수가 경기확장을 나타내고 있고 미시간대의 5월 소비자신뢰지수도 상승했다. 월가는 벌써부터 미국 증시의 상승세를 점치고 있다. 이와 같은 근거는 미국정부의 감세효과, 달러약세, 그리고 유가안정 등 경제여건이 호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신호들이 과연 미국경제를 회복기조로 돌려 놓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밝지 못한 면이 많다. 미국 노동시장의 불안이 가장 대표적인 예에 속한다. 미국은 2001년 경기침체가 시작되면서 지금까지 21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졌다.구직을 포기한 실업자를 포함하면 총 92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대공황 이후 미국은 가장 심각한 노동시장의 침체를 겪고 있는 것이다.

독일경제 친노조정책으로 붕괴

유럽 경제의 앞날은 미국보다 밝지 못하다. 유로화 지역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적 효율성보다는 형평성을 강조하는 정책시스템 때문에 유로화 지역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생산성은 저조하고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어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유럽경제를 이끌던 독일경제는 슈뢰더 총리의 친노조적 인기영합주의로 심각한 경제침체에 빠져 있다. 설비투자에 노조가 직접 개입하는 바람에 기업들은 국내에 투자를 안하고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고 있다.

지난 1일 독일의 사민당 정부는 그동안의 친노조정책으로 독일경제가 붕괴되었다는 것을 인식하고 친노조정책 포기를 선언했다. 독일 경제를 살리고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근로자를 자유롭게 해고할 수 있는 미국식 고용제도를 도입하는 경제개혁안도 채택했다. 과거의 노동자와 빈곤층을 위한 ‘복지사회정책’에서 ‘시장자유주의 정책’으로 정책의 기본 틀을 변경할 것을 분명하게 밝혔다.

이러한 세계경제 여건에서 우리나라는 형평성을 강조하는 친노동정책과 집단이기주의로 경제가 큰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의 경쟁력에 부담을 주는 노동정책은 결국은 일자리를 잃게 하여 근로자의 권익을 해치게 만든다는 사실을 독일경제를 통해서도 또다시 배우고 있다. 독일이 범했던 오류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의 정책 방향이 어디로 가야하는지 분명해졌다.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곧 경제를 살리고 근로자 권익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유석형 논설실장·경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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