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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의 대화] 우격다짐 대화 ‘이제 그만’, 가슴열고 상대를 포용하라


■결정적 순간의 대화(케리 패터슨 외 지음/시아출판사)

인간은 다른 사람과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다 죽음을 맞는다. 인생 자체가 타인과 관계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관계들 속에서 우리는 웃고, 울고, 즐거워하고, 괴로워한다.

우리가 죽을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나갈 수 있는 것은 대화를 하기 때문이다. 대화는 관계를 이끌어나가는 도구다. 실제로 우리의 삶은 “고마워요”, “천만에요” 식의 간단한 대화에서 복잡하고 까다로운 대화에 이르기까지 무수히 많은 대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대화 때문에 관계가 좋아지기도 하고 틀어지기도 한다. ‘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은 바로 대화의 중요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상황에 적합한 말 한 마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 한 마디, 친절하게 응대하는 말 한 마디 등에는 갈등과 불협화음을 한 순간에 잠재워버리는 강력한 힘이 있다.

조직 컨설턴트인 케리 패터슨과 3명의 컨설턴트들이 공동 저술한 ‘결정적 순간의 대화’(시아출판사)는 바로 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공적인 대화의 기술을 전파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 중 어떤 것은 우리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으며 인생 전반에 걸쳐 기대한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일상의 평범한 대화가 삶의 방향을 가르게 되는 중대한 대화로 바뀌는 그 순간의 대화, 그것이 바로 ‘결정적 순간의 대화’라고 말한다.

이 책은 ‘대화’를 여러 가지 시각에서 들여다보고 낱낱이 해부하여 성공적인 대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지난 25년간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수많은 개인들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실제적인 사례를 통해, 대화 방식의 정수를 전파한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저자들은 가슴으로 대화를 시작하라고 말한다.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는 사람은 가슴으로 대화를 시작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람은 올바른 목표를 가지고 대화에 임하며,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든 처음의 목표를 잊지 않는다.”

가슴으로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자신이 왜 그 대화에 참여했는지 늘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대화 도중 감정에 휩싸이는 일이 없다. 둘째, 절대 어리석은 선택을 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이 대화를 스스로 망쳐 놓고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더이상 차분히 대화를 할 수 없었다’는 변명만 잔뜩 늘어놓는다. 하지만 대화의 달인들은 어떠한 상황이 닥치더라도 그 대화에는 상대방과 말다툼을 벌이는 것이 아닌 그 이상의 목표가 있음을 기억한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대화를 이끌어 나가는 5가지 기법 외에 ‘결정적 순간의 대화’에 뼈대가 되는 조언을 한다. 첫째는 앞서 말한 대로 ‘가슴으로 시작하라’는 것. 대화를 할 때 진정 바라고 있는 결과가 무엇인가. 둘째는, 대화의 전체상을 파악하는 것이다. 문제가 어디에 놓여 있으며 해결책은 어떤 방향성을 지녀야 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셋째는 두려움을 없애는 것이다. 이것은 솔직한 대화를 위한 필수조건이다. 넷째는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다. 긴장과 흥분 속에서는 어떤 능력도 최대한 발휘될 수 없다. 마지막은 귀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 말만 떠들어서는 절대 원하는 대화를 이끌 수 없다.

이러한 원칙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이 책의 장점은 대화에서 ‘윈-윈’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는 대화할 때 ‘갑’과 ‘을’의 제한을 받는다. 갑과 을은 계약서에서의 일종의 강자와 약자의 관계다. 내가 갑이 될 수도 있고, 을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처한 상황에 따라 대화는 달라진다.

하지만 저자들은 누구에게나 ‘윈-윈’하는 대화, 즉 상대방을 배려하는 대화에 중심을 둔다. 이것은 상대방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에 대해 솔직한 의견을 이끌어냄으로써 혼자서 하는 대화가 아니라 상대방과 함께 하는 진정한 대화의 기술이다.

오늘날처럼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자기 주장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데 점점 더 애를 먹고 있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상대방의 맘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아니면 거칠게 내뱉고 후회를 한다.


이것이 남의 일 같은가. 당장 자신의 일을 떠올려보라. 자신이 아니더라도 주변에서 이러한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워한 적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임했던 관계가 대화가 되지 않아 틀어지고 결국엔 상황만 더 악화되는 경우는 우리 주위에 비일비재하다.

대화란 해야 할 말을 솔직하게 하면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이다. ‘말 한 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는 속담을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자.

/jochoi@bookcosmos.com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